칼럼 - 공기업의 존재이유는 공익
칼럼 - 공기업의 존재이유는 공익
  • 영광21
  • 승인 2005.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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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석 / 본지 편집인
직업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공기업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 한 기관이 구직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공기업은 삼성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인기 1위를 차지했다. 공기업이 이렇게 인기가 있는 이유가 국정감사를 통해서 드러났는데 참으로 가관이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2005년의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몇몇 현황을 보도록 하자. 먼저 주택공사, 토지공사, 수자원공사, 도로공사의 임직원 성과급이 2002년 564억원, 2003년 692억원에서 2004년 1,032억원으로 늘어났다.

공기업의 임직원이 갑자기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었을 테고, 결국 임직원 개개인에 돌아가는 성과급이 크게 늘어났다는 뜻이다. 성과급이란 늘어날 수도 있는 것이지만, 692억원에서 1,032억원으로 늘어난 것은 너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공익을 우선시하는 공기업이란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이 개발공사들이 주민들과 벌이고 있는 각종 마찰이며 갈등을 생각하면 수많은 주민들의 눈에서 피눈물을 뺀 대가로 막대한 성과급을 받았다는 말이 아니고선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공기업의 임금 증가율 1위는 수자원공사가 차지했다. 수자원공사의 2004년 임금 총액증가율은 정부 지침 인상분을 무려 5배나 초과한 20%나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부 직원들이 승진을 위해 대리시험을 보거나 성적표를 위·변조하는 방식으로 토익 성적을 올리려고 했다.

이 사건은 해고로 마무리됐지만 더 황당한 문제도 있다. 이른바 '직장세습'의 문제다. 수자원공사의 인사규정은 20년 이상 재직한 직원의 자녀에게는 신규채용시 1차 시험 만점의 10%에 해당하는 점수를 더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로공사도 마찬가지다. "2004년 기준 도공 임원의 평균연봉이 1억3,200만원에 달하는 등 도공이 최고의 부채, 최고의 급여, 최고의 명퇴금, 최고의 노후보장이라는 '4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2004년 국정감사에서 최인기 의원이 밝혔다.

임원들이 보여준 꼴을 보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도로공사는 2004년에 새로 지은 고속도로 휴게소 11개소와 9개 주유소 운영권을 전·현직 임원들이 회원으로 있는 특정회사에 수의계약으로 넘겼다. 이 문제는 2001년 국정감사 때부터 해마다 지적되고 있으나 5년이 지나도록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그저 '시정하겠습니다'하면 그만이었다.
결국 사장이 1년에 한번 국회에 가서 '시정하겠습니다'며 머리를 조아리고 임원들은 뒷구멍에서 엄청난 부당이득을 챙긴 셈이다.

이런 일은 도로공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공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임원들이 공기업을 최대한 사적으로 이용하여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자신의 노후는 물론이고 자녀의 인생까지도 상당 정도 보장되는 길은 공기업의 임원이 되는 것에 있었다. 공기업의 인기가 삼성보다 더 높은 까닭은 이 때문일 것이다.

공기업의 인기를 높여주고 있는 것은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 부패와 비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공기업이 개혁되지 않는 한 국민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공익은 두 말할 것도 없이 공기업의 존재이유다. 그러나 공익을 지키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태어난 것이 우리의 공기업이다. 주택공사, 토지공사, 수자원공사, 도로공사라는 '건교부 산하 4대 공기업'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공사들은 모두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위해 만들어진 개발공사들이다. 이제 엄청난 개발이 이루어진 마당에 이 공사들은 모두 근본적으로 개혁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