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도양교당 '공부방'
2001년 어느날 원불교 도양 교당(교무 김남주)에서 교도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기 위해 팜플렛을 만들어 나눠줬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다 가고 없는 교당에 나눠줬던 팜플렛들이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가지고 간 사람이 거의없었다. 교당에서는 이유를 알 리가 없었다.
그후에도 역시 똑 같은 현상이 반복되었다. 김남주 교무는 물었다. 나눠준 유인물을 왜 가지고 가지 않느냐고. 말하기를 꺼려하던 사람이 넌지시 건네준 말 한마디에 교당 측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글을 모르는데 가져가면 뭐해요?"
그때 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들에게 눈을 열어줘야겠다는 생각이 김남주 교무에게 강하게 들었다.
하루에 2시간 씩 가르치기로 결심을 하고 일을 추진하는데는 어려움도 따르고 불편한 것도 있었다. 그렇지만 도양교당 측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부방을 열었다.
"시대적 상황이 좋지 않아 교육의 혜택을 못 받은 사람에게 노래 요가 숫자 한글을 가르칩니다" 라고 작은 종이에 써서 마을에 돌렸다.
낮에는 사람들이 들어오기를 꺼려할 것 같아 밤에 가르치기로 했다. 생각은 두 사람만 모이면 되겠다고 했는데 의외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 다른 마을사람들까지 모이게 된 것이다.
2시간 가르치기로 계획은 세웠는데 4시간으로 시간이 증가된 것으로 배움에 열의를 가진 어른 학생들이 수업이 끝나도 돌아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조금 더' 하자고 하였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보고 읽기, 그 다음에는 쓰기의 순서로 가르치고 있으며 구구단도 가르친다.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자"고 강조하는 김 교무의 소리가 교훈이 되어 어느새 자세가 잡혔다.
어떤 사람은 농협에 가서 자기 손으로 출금을 할 정도로 글씨가 많이 늘었고 어떤 이는 병원에 가서도 혼자 진료를 받을 만큼 눈이 열렸다.
지난 스승의 날 나이가 지긋한 노인 학생이 가슴에 흉화를 달아주고 "선생님 고맙습니다"하고 큰절을 할 때는 너무나 감격스러워 김 교무는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종교가 다른 어느 노인은(기독교) 배움을 거부한다고 한다. 자신은 배우려 하는데 자녀의 비협조로 결국 낙오자가 되어서 공부방 교사는 너무나 가슴 아파한다.
종교를 초월하고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만으로 공부방에 나오는 사람도 있다.
아름답고 귀한 일을 하는 공부방 교사들은 교사로써, 성직자로써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도양교당에서는 2004년도부터는 영광군민을 상대로 공부방을 운영하며 일반상식(생활상식)도 가르칠 계획이다.
2002년도부터 '발표회'를 했는데 앞으로는 더 폭넓은 행사로 진행시킬 것이다.
공부방 학생들은 일기를 쓴다. 일기도 시상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도양 교당의 공부방이 영광군의 작은 문화공간으로 사용된다면 더 좋겠다고 공부방 식구들은 말한다.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작은 어린이의 마음처럼 기쁘고 즐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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