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상조와 경로효친을 근간으로
상부상조와 경로효친을 근간으로
  • 영광21
  • 승인 2005.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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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탐방 ⑥ 송산경로당<백수>
오곡백과로 풍성하던 들녘이 아이 손 탄 곶감 꼬지처럼 휑해졌다. 한 낮이야 맘 좋은 가을 햇볕으로 아직은 따뜻하지만 아침저녁의 서늘함은 감기에 걸리기 딱 좋다. 이 감기의 증상완화와 다가올 김장철에 양념으로 판매돼 한 몫 하게 될 대파가 온 들녘에 생기를 불어넣는 백수읍 하사리에 위치한 송산노인정(회장 이두행).

송산마을은 임진왜란 때 선대들이 난을 피해 삶의 터전으로 삼은 지 어언 4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뒷산 고래미잔등을 배경삼고 넓은 개양논을 일구며 주민 모두는 상부상조와 경로효친을 근간으로 대를 잇고 있다. 원래 마을의 이름은 아랫마을이라는 하촌이라 하였으나 30여년 전부터 송산이라 고쳐부르고 있다. 65가구가 함께 이웃을 이루면서 50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송산노인정은 비교적 활기가 넘친다. 인근 지역에 비해 마을에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청년회에서 밑반찬과 간식거리 등을 수시로 챙겨준다"는 이두행(80) 회장은 "마을 젊은이들 덕에 위급한 일이 생겨도 수월히 해결할 수 있어 마음 편히 살 수 있다"며 젊은이들을 칭찬했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제로 한 해를 시작하는 이곳은 월례행사로 하게 되는 마을 안팎 골목길 청소에도 회원들이 열심이다. 가정의 달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절교육을 실시해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에 앞장서고, 매년 8월1일에는 마을 주민 모두가 음식을 장만해 친목을 다지고 있다.

언제나 든든한 배경이 돼 주는 건 청년회 회원들이 자주 들러 청소도 하고 손 볼 곳은 없는지 확인도 꼼꼼히 해 혼자 생활하고 있는 회원들도 마치 자식과 함께 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항상 바쁘면서도 정성을 다하는 젊은이들의 수고를 덜어 주기 위해 경로당 안팎단속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니 이래저래 경로당은 개운하게 호강하는 셈이다.

방 한켠에는 간단한 운동기기도 갖춰져 있어 농한기 회원들의 건강관리에 한 몫 하고 있다. “추위에 약한 할머니들을 배려해 많이 추워지기 전에는 남자회원들 방에는 난방을 하지 않는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에서 이웃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대파 이외에도 양파와 마늘을 재배하는 주민들은 물때가 맞으면 가까운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아 얼큰한 매운탕을 끓여 한바탕 마을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바쁘고 고된 농사일에도 젊은이들은 틈틈이 어르신들을 살피는 일에 소홀하지 않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젊은이들의 수고를 덜어 주고자 노심초사하는 경로당 회원들의 마음에서 500년을 넘어 천년을 향해 갈 마을의 건강함이 느껴졌다.
이순이 객원기자 si2532@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