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단임으로 임기 마쳤지만 다양한 사회활동 2~3년전까지 참여

웃음 가득한 얼굴에 검은 쪽진머리를 했던 중년의 활기찬 여장부의 모습에서 단아하고 정이 가득한 노년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본사가 지령 1,000호를 맞아 20년전 창간 당시 영광군 최초 여성이장으로 선출돼 마을과 주민들을 위해 열정을 쏟아 부었던 염산면 두우1리의 이정자(70) 전 이장을 찾아보았다.
당두마을 1곳의 자연마을로 이뤄진 두우1리의 이정자 어르신은 여전히 같은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본지가 찾았던 20년전 두우1리는 100가구 260여명이 살고 있는 제법 큰 마을에 속하는 곳으로 지금은 118가구, 177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큰 마을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 어르신은 과거, 자신의 의지보다도 주민들의 추천을 통해 처음 마을이장을 시작했지만 염산면의 첫 여성이장으로, 대파재배와 농사일로 매일 일손을 놓지 못하는 와중에도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누구보다 앞장선 여성이장으로 많은 사회활동을 했다.
어르신이 이장으로 활동하던 때는 ‘여성’이장이 드물던 시기였지만 영광지역 다른 읍면 마을에서도 여성이장들이 하나 둘 배출되는데 영향을 주었다.
또 이정자 어르신 덕분에 군에서 여성이장 마을에 주는 혜택인 집집마다 문패를 달 수 있었던 것은 이색적이었다.
검은 머리카락의 윤기가 가득했던 중년 시절, 이 어르신은 이장직 수행에 앞서 새마을부녀회 염산면협의회장으로 활동하며 재활용품 수거운동과 부녀회 소득사업을 통해 이익금으로 관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경로당, 백수 영산보아원과 염산사랑의집, 법성 새생명마을 등에 정기적으로 음식을 나눠주고 김치를 담가주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묵묵히 이웃사랑을 실천해 왔던 중년 시절의 이 어르신은 성실함과 겸손함으로 일한 보람이 군수, 새마을중앙회, 장관 표창 등 다양한 수상의 영광으로 되돌아왔다.

또 수익금과 금일봉 등을 전달하는 등 많은 이웃사랑을 실천했으며 그 이후에도 적십자회, 대한어머니회 등의 사회활동을 불과 2~3년전까지 계속해서 꾸준하게 활동하며 3년 한차례의 임기로 이장직을 떠났지만 이후에도 솔선수범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비슷한 연령대의 어르신들이 겪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강이 약해져 별다른 사회활동에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경로당과 마을에서 동무 어르신들과 여가를 즐기는 일상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
20년전 과거의 사진속에서 보여지던 생글생글하던 얼굴은 연세에 비해 여전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 어르신은 “20년전만 해도 생생했는데… 참 시간이 빨라”라며 잠시잠깐 엊그제 같았던 지난 시절을 회상하듯 생각에 잠긴다.
여성이장이 귀하디 귀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지금은 많이 배출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현직 여성이장들이 부족한 점은 메꾸고 잘하는 부분을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하자는 취지로 ‘여성이장동호회’라는 단체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람이 인성은 못 버린다고 했던가. 이 어르신은 “기회가 된다면 작든 크든 다시금 사회활동에도 참여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고희에 접어든 연세에도 불구하고 청년과 같은 열정을 내비쳤다.

■ 전·현직 여성이장모임 여성이장동호회
“여성이장 있는 마을이 활기차고 정겹죠”
<영광군여성이장동호회(회장 김선영·영광읍이장단장)>는 2014년 현직 여성이장들이 모여 서로 도움을 주고 각 마을의 여성이장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단체로 결성된 여성이장협의회가 모태이다.
그러나 여성의장협의회가 현직 여성이장으로만 구성돼 있는 상황에서 전직 여성이장들의 경륜과 역량을 모아 실무와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2017년 <여성이장동호회>로 이름을 바꾸고 회원자격을 확대했다. 현직 40명, 전직 18명 등 전체 58명의 이장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여성이장동호회는 정기적인 회의를 통한 마을운영 방안 공유, 주기적인 친목도모, 꾸준한 경로당 봉사활동, 사회활동을 통한 기금 마련으로 불우이웃돕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선영 회장은 “회원 각자가 영광에서 가장 일 잘한다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다”며 “우리 나름대로 영광의 최일선 여성리더라는 자부심과 세심한 손길로 주민과 마을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영광읍, 군남면은 여성이장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아직 홍농읍이나 백수읍 등 농사를 짓는 곳은 여성이장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 추세여서 우리 여성이장동호회에서 열심히 마을도 돌아다니면서 홍보도 하고 더욱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 열심히 활동할 것을 다짐한다.
한편으론 여성이장동호회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매년 꾸준히 진행했던 불우이웃돕기 기금 마련, 정기회의, 야유회 등을 코로나 여파로 잠정 중단해 활동이 정체된 상황이다.
서서히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고 있는 요즘 경로당 방문, 불우이웃돕기 등의 다양한 봉사활동과 여성이장 지원 등을 고려하고 있으며 여건이 되면 여성이장마을이 잘 운영되는 선진지 견학 등도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새해에는 신임 집행부를 선출해 여성이장동호회를 재정립해 코로나 이후 활발히 활동을 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