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탐방 - 진정경로당(홍농읍)
경로당탐방 - 진정경로당(홍농읍)
  • 영광21
  • 승인 2022.12.29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족 같은 이웃사촌의 정 가득한 경로당이 최고야”

“마을이 활성화되고 발전하려면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학교와 어르신들이 유유자적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본지가 지령 1,000호 발행을 기념해 지난 시기 10여년간 발품을 팔아 연재했던 <경로당 탐방>을 되살려 보았다. <경로당 탐방>은 2005년부터 2014년 12월까지 경로당 375회, 경로당과 관계를 맺은 복지시설·봉사단체 31회 등 400회가 넘는 장수 연재물이었다. 
<경로당 탐방>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농어촌지역 특성을 고려해 어르신들의 애환과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고, ‘웃세대가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가 없다’는 고민 속에 연재를 시작했다. 
젊고 왕성했던 세월을 건너 힘없고 병들어가며 때론 혼자의 힘으로는 생활하기조차 힘든 어르신들의 모습이 현실일지언정 웃세대 만의 살아가는 즐거움이 있고 그 즐거움의 중심이 경로당이기 때문이다. 
본지가 연재를 마친 2014년말 영광군 경로당은 358곳에서 22년말 현재 378곳으로 20곳 늘었다.  
/ 편집자 주 

 

마을로 들어가는 길 양쪽으로는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고 입구에는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석이 있으며 집집마다 벽화가 인상적인 홍농읍 진덕4리 진정경로당(회장 엄근섭).
오후 1시가 돼가자 어르신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경로당으로 속속히 모이고 아직 오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는 연신 통화를 하며 “아이고 빨리 빨리 좀 오소, 이미 시간 다 지났네”라며 ‘빨리 오라’고 한다.
포근하고 따뜻한 날씨처럼 어르신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서 정을 느낄 수 있다.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건강교실>이 열리는 날이어서 어르신들이 시간 맞춰 다들 모였다. 
진정경로당에서는 지난 5월부터 매주 2차례 영광군보건소의 <찾아가는 건강교실>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 어르신들 대부분 농사로 인한 피로를 운동으로 풀고 있으며 스트레칭과 운동을 통해 부상방지 또한 하고 있다.

전문강사와 함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스트레칭하며 동작을 따라하는 어르신들은 “건강뿐만 아니라 치매방지에도 도움이 되고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나는 이 시간이 최고로 좋아. 선생님도 참 좋고. 내년에도 계속했으면 쓰겠어. 몸도 건강해지고 가벼워지는 것 같아.” 운동을 막 끝낸 어르신이 아쉬움을 표현한다.
김순옥 강사는 “어르신들이 고령인데도 건강을 위해 나오셔서 운동을 하시는 모습이 대단하다.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건강프로그램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한다.  
건강교실 프로그램에 어르신들이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영광군보건소 지경현 건강증진팀장은 “내년에도 건강교실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는데 가능한 많은 어르신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이렇게 건강하게 운동하시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다”고 건강증진 프로그램 22년 일정이 끝나감에 아쉬움을 내비친다.

엄근섭 회장은 “우리 마을은 예로부터 전통적으로 풍물을 좋아하고, 옛 것을 사랑하는 마을이여. 마을 이름도 참 ‘진’자에 샘 ‘정’자를 써서 우물이 좋은 곳으로 엄청 소문이 났어”라고 마을 자랑에 여념이 없다. 
엄 회장은 “우리 마을이 번창했을 때는 사람도 엄청 많았는데 지금은 다들 서울로 가버리고 젊은 사람도 사라지고 하니까 좀 그런 부분이 있지. 그래도 백중때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래. 빨리 코로나가 끝나야 할텐데…”라며 코로나가 빨리 끝나 사람들과 소통되길 희망한다.
매년 당산제를 성대하게 지내는 진정경로당은 잘 가꿔진 당산나무와 경로당 앞에 자리한 당산석, 당산할머니와 당산할아버지는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빌어주며 마을주민들의 든든한 수호신이 되고 있다.
주민들의 마을 자랑 도중에 문상락 이장과 엄근섭 회장에 대한 칭찬이 빠지지 않는다. 

조이순 어르신은 “우리 이장님이랑 회장님은 참말로 말할 것도 없이 좋아요. 지금 회장님이 동네 노인들에게 사비로 점심도 많이 사주고 우리 노인들 생각을 엄청 해줘요. 또 우리 이장님이 주관해서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마을사람들이 한동안 못갔던 여행도 보내줘서 여행도 다녀왔어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실제로 코로나 때문에 중단됐던 마을 야유회를 최근 목포로 다녀와 주민들끼리 돈독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멀고 가깝고를 떠나 잠시잠깐이지만 마을을 벗어나 힐링한 자체만으로도 엄청 좋았던 것이다.  
또 다른 어르신은 “우리 마을은 합의가 항상 잘 돼. 동네가 화합이 잘 되고, 좋고 나쁜 것이 없고 서로 얽히고설킨 우리 동네가 최고”라고 어르신들이 화합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엄근섭 회장은 “빨리 코로나가 끝나고 자유로운 시대가 오면 좋겠어. 경로당 운영하면서 크게 힘든 점은 없는데 코로나가 빨리 끝나야지 어르신들이랑 어디 여행도 가고, 행사도 하고, 밥도 먹고 하지”라고 간절한 희망을 말한다.  
풍물을 즐기고 서로 부대끼며 사랑하며 살아가는 진정경로당 어르신들뿐 아니라 모든 어르신들이 공감하는 일상의 소중함, 코로나가 끝난 후의 일상을 하루 빨리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더욱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