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주년 출향기업인 특집인터뷰 - 헤이워드테크 정형문 사장
● 고향에 계신 군민들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부모님이 묘량에 계시는 관계로 한 해에 몇차례씩 찾아 뵙기는 하지만, 그래도 <영광21>을 통해서 고향분들께 인사를 드리게 돼 참으로 반갑습니다. 고향의 발전을 위해 서울에서도 많은 출향군민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알려 드리고 싶고, 모두 다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
● IT업계에서는 정 사장님을 자타가 공인하는 '스토리지 업계의 대부'로 평가하고 있어 같은 향우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끼게 합니다. 고향 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한다면 '스토리지'가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되는 것입니까?
쉽게 말해 '컴퓨터에 딸린 창고'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컴퓨터가 보관해야 할 모든 정보는 '스토리지'에 보관하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의 활용이 많아질수록 정보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스토리지가 갈수록 늘어나게 되고, 또한 저장된 정보를 잘 활용하고, 외부인이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재난시에 대비해서 비상대책을 강구해 놓고 있으며,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정보를 빨리 처리할 수 있게 잘 관리하게 됩니다. 요새같이 처리해야 되는 정보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시기에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 95년 홀로 외국계 회사인 EMC 한국지사를 설립해 창업 4년만에 연간 매출 1억달러가 넘는 실적을 달성함으로써 업계의 주목을 받아 오셨습니다. 그러다 최근 또 다른 사업에 도전장을 내 본인의 영문이름을 딴 <헤이워드테크>를 설립하셨는데요
<헤이워드테크>는 반도체 웨이퍼 및 LCD용 유리를 얇게 가공하는 솔루션을 가진 회사입니다. 굉장히 특수한 분야라서 참 설명이 곤란하네요. 20년이 넘는 사회생활을 컴퓨터 업계에서만 해왔고, 그중에서도 12년을 외국회사의 한국 사장, 회장 그리고 아시아지역 총괄 사장으로 일했습니다.
이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국내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고, 또한 글로벌기업에서 쌓은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산업의 활성화에 진력하기 위해 개인사업을 시작하는 겁니다.
● 이제까지 최고경영자로 계셨던 한국EMC의 괄목할만한 성장이나 에이템포 아시아지역 총책임자로 계시면서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를 굳힌 것으로 판단되는데 성공적이며 안정적인 전문경영인 자리를 떠나 다시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제 제 나이도 내년이면 지천명이라는 50이 됩니다. 흔히들 인생 이모작을 얘기합니다. 옛날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삶의 수준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평생을 계속한다는 게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기회를 일부러 찾았던 건 아니지만, 운명이랄까요… 비지니스를 하는데는 타이밍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바로 그 시기가 제게 도래했을 뿐입니다. 저는 또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즐기는 셈이죠. 이제 새로운 도전거리를 찾았으니, 즐거운 일만 계속되리라 봅니다.
● 사업도 바쁘신데 고향에 관심이 많고, 향우회 활동도 많이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고향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들입니까?
예, 향우들과 관련한 여러 모임에 멤버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모두 영광출신 사람들의 모임이고, '방폐장' 문제, 영광 ∼ 무안 속도로 문제, 골프장 얘기, 해안도로의 적극적인 홍보, 영광이라면 누구나 떠올리는 굴비에 관한 얘기, 영광의 장기적인 발전방향 등 많은 의견을 교환하고, 필요시 고향을 방문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영광 사람들은 참으로 애향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리도 정이 깊은지 지치고 힘들어도 그들의 얼굴이 아른거려서 모임에 빠질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고향에 대한 추억이라… 어찌 한두 마디로 끝낼 수 있겠습니까만은 저는 물무산을 넘어서 중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물무산만 보면 가슴이 뜁니다.
물무산 바위턱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고(?) 교문을 통과할 때 이미 도시락이 딸랑거리던 일, 억수로 쏟아지는 산길을 걸어 집에 도착해 물에 퉁퉁 불은 교과서를 아랫목에서 말리던 일, 물무산 정상에서 닭싸움을 하고, 삐비를 뽑아먹고, 영광읍내를 굽어보며 웅지를 키우던 일, 등등 말입니다.
● 농업과 농촌이 어려운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정 사장께서 근무하셨던 곳도 초창기에는 안정적인 곳은 아닌 상황에서 손수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는데 고향을 지키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선배로써 조언을 한다면 어떤 점을 권하고 싶습니까?
먼저 부끄럽지요. 그리고 미안하면서도 고맙고… 뭘 잘해보겠다는 뚜렷한 목표도 없이 그저 공부를 더 해보려고 떠난 고향입니다. 그리고 돌아가지 못하고 아직도 타향에서 살고 있고요.
가끔씩 고향을 가게되더라도 뭐가 그리 바쁜지 선후배는 물론이고 친구들조차 만나지 못하고 휭하니 다시 돌아오곤 했으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그들이 있기에 고향 영광이 생기가 돌고, 발전하고 또 언제 찾아가도 훈훈함이 감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배타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말고, 거시안적 포용심을 갖춰 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향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위대한 일을 하는 겁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현실을 충분히 감안해 넓게 보고, 객지에서 고향을 그리는 사람들도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혜안을 갖춰 가실 것을 권합니다. 아직 젊으니까요.
● 이번 회사 설립도 종착점이 아닌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됩니다. 회사가 안정적인 괘도에 올라왔을 때 꼭 하고 싶은 일이나 분야가 있다면 무엇이 있습니까?
회사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다면 할 일 많지요. 우선 고향을 위해서는 연세드신 분들이 여생을 편히 보내실 수 있는 시설이나 기금을 마련해볼 생각이고, 어린 학생들에게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자라나는 세대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미래요, 우리의 잘잘못을 그대로 짊어지고 갈 숙명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영광의 미래는 없습니다.
● 끝으로 고향 주민들과 지인들께 마무리 인사 부탁드립니다
마음만큼 자주 찾아뵙지 못해 미안합니다. 그러나 수구초심이라고 어렵고 힘들 때면 고향에 계신 분들을 생각하며 힘을 얻습니다. 언젠가 고향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오늘도 천리 타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그런 날이 오리라 믿으면서요. 무엇보다도 건강하시길 빌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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