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우리 사회를 좀먹는 몇가지 고질병
칼럼 - 우리 사회를 좀먹는 몇가지 고질병
  • 영광21
  • 승인 200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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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였다. 사실이 그렇다. 거의 대부분의 농작물이 가을이 되면 풍성한 결실을 맺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에 눈물을 삼키는 사람들이 있다.

풍요로움이 넘치는 계절에 짙은 한숨을 내쉬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역설적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바로 우리 이웃인 농민들이 그렇다. 날로 거세어지는 농산물 수입개방에 밀려 끝없이 추락하는 농산물 가격을 보면 머지않아 농촌 전체가 파괴되는 극심한 혼란과 위기에 빠질 것만 같다.

생존과 빈곤의 문제는 비단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을 단순히 GNP로만 평가하는 성장주의의 덫에 걸린 정책과 제도로 인해서 우리 사회는 몸살을 앓고 있다. GNP만 늘리면 모든 사람들이 잘 산다는 등식을 펼친 결과 우리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선진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치유해야 할 고질병이 몇 가지 있다. 우선 개발주의라는 고질병이다. 자연의 대대적 변형을 통해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천민자본주의의 한 양태가 개발주의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터전인 자연의 보존과 복원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개발주의의 특징이다. 막대한 투기이익과 개발이익만을 노린 무절제한 개발이 지금과 같은 성장위주의 후진사회를 낳은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의 수구세력이 가장 좋아하는 무기인 반공주의를 들 수 있다. 한국의 수구세력은 역사적으로 깊은 이념을 통하지 않고 얄팍한 이익을 통해서 형성되었다. 그 뿌리는 바로 악질적인 친일세력이었다.

그들은 미국의 힘을 통해서 다시금 이 나라의 지배세력이 되었는데 그 원동력은 냉전을 배경으로 미국이 내세웠던 반공주의였다. 민족주의는 발 디딜 곳을 찾을 길이 없었고, 한국전쟁을 계기로 반공주의는 초법적 이념이 되고 말았다.

역대 독재정권은 이것을 최대한 악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처참하게 짓밟았다. 겉으로는 사상의 자유를 전제로 하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반공이라는 날카로운 칼날로 사상의 자유를 여지없이 베어버렸던 것이다.

그 다음으로 한국사회를 고질병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한 것은 사회양극화이다. 이것은 경쟁이란 허울을 내세워 빈익빈 부익부로 몰고 간 수구세력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1%의 땅부자들이 52%가 넘는 땅을 소유하고 있는 현실과 5%의 돈부자들이 50%가 넘은 금융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데서 잘 알 수 있듯이 완전불평등에 가까운 소유구조라고 하겠다.

이렇게 불평등이 강화되고 있으므로 사람들은 생존본능에 따라 더욱 이기적이고 공격적으로 되었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 의식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보니 사회가 이렇게 삭막하게 된 것이다.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고 건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개혁이 뒤따라야만 한다. '국민소득 1만 달러의 덫'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선진화를 이루는 길은 이 나라에서 대부분의 부를 독차지하고 있는 수구세력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없이는 묘연할 수밖에 없다. 자연과 인간을 착취하여 고도성장을 이루려는 잘못된 망상을 하루 빨리 깨뜨려야만 한다.
박찬석/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