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탐방 ⑧한봉경로당 <염산>

상당히 넓은 마당을 가로질러 들어간 건물에서는 남녀노소가 한데 어우러져 잔치집처럼 훈훈함이 느껴졌다. 마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원래 한씨 집성촌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다양한 성씨들이 어우러져 60여 가구를 이루고 있고 40명의 회원이 활동중이다.
바다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지역적으로 바다와 맞닿은 곳이 없어 바다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곳은 보리와 벼를 번갈아 재배하는 농사일이 수입에 전부가 되고 있다.
한봉경로당은 이런 회원들의 사정을 감안해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1년에 1만원 미만의 회비로 알뜰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이는 회원들의 부인과 며느리들로 구성된 부녀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하다.
경로당에 인기척이 있으면 수시로 들여다본다는 부녀회 김유순(50)씨는 “농한기를 이용해 농약병 수거와 비료포대 수집으로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마을 어르신들의 간식과 찬거리는 물론 경로당 생활비까지 충당한다”며 “부녀회 기금으로는 봄, 가을에 있는 여행 경비의 일부를 부담해 드리기도 한다”고 뿌듯해 했다.
여느 농촌 마을과 다르게 비교적 젊은이들이 많이 살고 있어 마을에 생기가 도는 이곳은 경로당 건물을 청년회, 부녀회와 함께 사용하고 있으며 마을회관으로도 이용하고 있어 항상 활기차다.
대문은 물론 방문까지 단속하지 않아도 도둑 걱정이 없는 이곳은 인심 좋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각별하다. “특출난 부자는 없어도 모두 먹고사는데는 지장 없다”는 이동연 회장(72)은 “마을에 젊은이들이 있으니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듣고 홀로 지내는 노인들도 마을의 젊은이들과 아이들을 보며 적적한 마음을 달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곳은 손이 많이 가는 밭농사보다 논농사를 주로 하고 있어 벼추수가 끝나고 보리 파종을 하고 나면 본격적인 농사철이 다가올 때까지 일이 없다”며 “기나긴 농한기에 무료함도 달래고 경로당 난방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간단한 부업거리와 노화로 굳어진 몸을 풀 수 있는 운동기기가 아쉽다”는 한봉경로당 회원들의 주문 뒤로 경로당 담장을 넘어 온 홍시의 투명한 밝음이 한기도는 바닷바람을 막아 마을 가득 따뜻함이 전해진다.
이순이 객원기자 si25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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