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투리 손에서 시작돼 만개한 제23회 불갑산상사화축제
23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간직한 불갑산상사화축제가 한달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성공적이고 안전한 축제 개최를 위해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2001년 불갑면민과 청년·지역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면단위 축제로 첫발을 내딛은 상사화축제는 전국 최대규모의 상사화 군락지라는 입소문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지역에서 소화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로 인해 불갑면민들의 자발적인 봉사로 추진되던 상사화축제가 2010년 10회 행사부터 군단위 행사로 격상되고 현재 연인원 40~50만명이 방문하는 국내 대표 가을꽃 축제로 명성을 떨치며 전남도 대표축제 5회 연속 선정, 제11회 대한민국 축제콘텐츠 축제관광부문 대상 수상 등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제23회 불갑산상사화축제는 ‘상사화 꽃길 속으로, 천년의 사랑 속으로’를 주제로 9월15일부터 24일까지 불갑사 관광지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 기간동안 상사화 꽃길걷기·상사화 미디어파사드·상사화 달빛야행·상사화 소원의 길 등의 대표행사를 비롯하여 상사화 창극·도립국악단 공연·퓨전 국악버스킹 등 공연행사, 상사화 꽃맵시 선발대회·상사화 다솜 가요제·상사화 대학가요제·상사화 군민가요제 등의 경연행사, 각종 전시·체험행사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중에 있다.
지난해와 변화된 것은 올해부터 입장료를 징수하는 점이다. 지난 22년간 무료로 운영됐지만 올해부터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입장료를 처음 징수한다. 입장료는 일반인 3,000원이며 영광군민, 5세 미만, 장애인·국가유공자, 임산부, 축제 관계자는 무료이다. 무료 대상은 관련 증빙을 반드시 소지하고 있어야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3,000원의 입장료는 지역화폐인 영광사랑상품권으로 전액 환급돼 축제장과 영광군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 입장료는 축제 기간에 한정해 영광군과 축제추진위원회에서 징수하는 금액이다.
영광군 관계자는 “입장료는 군의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전액을 지역화폐로 환급해 축제가 주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며 “입장료를 징수하는 만큼 관광객들이 만족스러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 축제장 안전관리와 관광서비스 질 향상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봄에는 상춘객들로, 가을에는 붉디붉은 상사화를 찾는 관광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불갑산 일원은 사시사철 다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불갑산이 품은 사찰 불갑사는 법성포를 통해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인도승 마라난타 존자가 최초로 세운 절로 알려져 있다. 봄에는 불갑사 가는 길에 화려하게 핀 벚꽃길, 여름에는 붉은 꽃잎 휘날리는 배롱나무 꽃길, 가을에는 불갑산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상사화와 단풍 그리고 겨울에는 꽃이 진 후 피어난 푸릇푸릇한 상사화 잎과 대비를 이루는 하얀 눈이 쌓인 불갑산 등 계절마다 전혀 다른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불갑산은 식생이 풍부해 사시사철 아름다운 야생화가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이는 곳으로 특히,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된 상사화속 식물중 7월 중순부터 피어나는 멸종위기식물 2급 진노랑상사화, 붉노랑상사화가 자생하는 산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군락지를 자랑하는 상사화(꽃무릇)는 9월이면 불갑산 전체를 붉은 융단으로 깔아놓은 듯 붉게 물들여 장관을 이룬다. 상사화는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식물로서 꽃과 잎이 서로 달리 피고 지는 모습이 인간세계에서 서로 떨어져 사모하는 정인들과 같다 해 붙여진 고유 이름이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꽃’이라 해 ‘잎은 꽃을, 꽃은 잎을 서로 그리워한다’라는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다.
인도공주와 경운스님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불갑사에서 수행하던 ‘경운’이라는 스님이 불갑사를 창건한 마라난타 존자의 고향인 간다라 지역으로 유학을 떠난다. 스님은 법회에서 만난 간다라 지역 큐산 왕의 공주와 서로 첫눈에 반하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왕은 스님을 추방하게 되고, 공주는 ‘내세에서라도 사랑을 맺자’며 작은 화분에 참식나무 한그루와 작은 씨앗을 선물로 주었다. 불갑사로 돌아온 스님은 ‘같이 있어도 같이 하지 못하듯 함께하지 않아도 같이 있음’을 되뇌면서 나무 아래서 열반에 든다. 9월이 되자 스님이 정성껏 길렀던 참식나무 밑에서 꽃이 피어나는데,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스님들은 경운스님의 사연을 떠올리면서 이 꽃을 ‘상사화’라 했다고 한다.
자연에 만발한 붉은 상사화에서 연인의 사랑, 가족, 이웃의 사랑을 느끼고 되새겨 볼 수 있는 9월의 불갑산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