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방사선 피폭으로 갑상선암에 걸렸다며 한수원(주)을 상대로 낸 단체소송과 관련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주민들은 재판부가 고통을 외면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김주호)는 갑상선암 피해자 등 2,800여명이 원전 운영자인 한수원(주)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항소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8월30일 기각했다.
갑상선암에 걸린 공동소송 원고 618명의 지역별 피해자수는 기장 고리원전 251명, 영광 한빛원전 126명, 울진 한울원전 147명, 월성원전 94명이다. 이들은 갑상선암을 진단받기까지 평균 19.4년 원전 주변 마을에서 거주했다.
원고 측은 갑상선 피폭량이 공법상 규제기준 미만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원전 근처에서 24시간 거주하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방사선 피폭량과 갑상선암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2월 선고된 1심 판결에서도 한수원이 승소했다.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선 피폭량이 기준치 이하라며 갑상선암 발병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에서도 패소하자 원고인 주민들은 곧바로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8개 단체로 구성된 ‘갑상선암 공동소송 시민지원단’은 당일 부산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는 평생 질병으로 고통받는 핵발전소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재판부와 피고(한수원)는 주민들이 핵발전으로 인해 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며 “역학조사 결과마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원고들이 느낄 절망감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법부와 정부는 핵발전소가 인공적으로 배출하는 방사선으로 인해 주민들이 입는 건강 피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공동소송은 2012년 고리원전에서 약 10㎞ 떨어진 곳에서 거주해온 주민 A씨가 가족들이 갑상선암, 위암, 직장암 등에 걸려 한수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건이 배경이 됐다.
A씨는 2014년 1심에서 갑상선암에 대해 한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방사선 피폭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며 판결이 뒤집힌 데 이어 대법원에서도 최종 패소했다.
갑상선암 공동소송 시민지원단은 해당 판결을 계기로 전국의 갑상선암 공동소송 참가자들을 모집했고, 환자가족을 포함해 총 2,882명이 소송에 동참했다.
한편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등 5대 종교의 환경단체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상임대표 법만)는 “핵발전소 인근에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한 환자가 618명이 넘는데도 방사능 피폭을 부정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것은 사법부의 오판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