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더불어 풍류 즐기며 여유 만든다
자연과 더불어 풍류 즐기며 여유 만든다
  • 영광21
  • 승인 2005.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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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탐방 ⑨ / 만수노인정<홍농>
홍농읍에 위치한 만수노인정(회장 이득기 사진)은 '서호동지회'에 뿌리를 둔 7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자연이 인간으로부터 상처받지 않았던 시절, 칠산바다를 내달려 온 바람이 금정산 자락을 타고 올라 금정암 '서호정'에서 한숨 돌리던 때가 있었다. 그 바람결에 두어 수시를 대작하던 선비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서호동지회 회원들이다. 관료들이 주축을 이루었던 그들은 향리의 대소사에 관여하면서도 자연과 더불어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여유를 갖고 있었다.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서호정은 '초연루'라는 이름으로 마을에 내려앉았다. 서호정이 모태가 돼 뜻있는 각계 원로들의 추렴으로 거듭 태어난 초연루는 인근의 고창 동헌과 같은 모양새를 갖게 됐다. 초연루에서 연못을 내려다보며 운치있는 불로교를 건너면 만수노인정의 입구로 들어서게 된다.

남자들로만 구성된 회원들은 삼강오륜을 정신적 근간으로 삼고 한복을 평상복으로 애용하는 등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연륜과 더불어 사랑채에서 느껴지는 집안 어른의 무게감이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세월의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이곳은 현대감각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 전문가를 초빙해 각종 교양강좌를 실시하고 있으며 건강유지를 위해 간단한 운동기구까지 갖춰놓고 있다.

또 회원들의 다양한 취미활동을 돕고자 사물놀이 악기와 바둑 등을 구비하고 마을주변과 노인정 대청소도 주마다 실시하고 있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또 매주 토요일에는 한 주 동안의 활동내용을 점검하고 자체적인 자유토론과 반성의 시간을 가져 좀더 나은 방향으로 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달에 한번씩 갖는 정기모임에서는 노인회 내부적인 안건 이외에도 지역사회의 문제점 등 바람직한 방향모색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여름과 겨울에는 방학을 맞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충효교실을 열어 학생들의 정서함양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만수노인정은 회원들의 이런 노력들을 인정받아 보사부(현보건복지부)장관이 수여하는 모범경로당 상을 두번씩이나 받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회원들의 중식비중 일부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지원받아 해결한다"는 이득기 회장(79)은 "꾸준히 관심 갖고 챙겨 주는 분들이 있어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경로당 운영과 노후된 건물 보수 등을 해결해 가고 있다"고 했다.

경로당 건물 한켠에는 회원들이 사망했을 때 위패를 모시고 49일 동안 향을 피워 추모기간을 갖는다는 경안실이 따로 마련돼 있지만 주인 맞은 지가 언제였는지 촛농 자리에 먼지가 수북하다. 노란 국화가 경로당 정원 이곳 저곳을 수놓고 있어 가을 햇볕의 따사로움과 함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길다란 나무 의자에 늘어앉은 회원들의 미소를 덮는 주름은 편안함이 전해진다.
이순이 객원기자 si253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