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의원, 제31차 한일의원연맹 총회 주제발표

이낙연< 한일의원연맹 사회문화위원장>
11일 오전 10시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31차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가 열린다.
1972년 한국과 일본 양국의 발전을 측면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한일의원연맹은 양국의 국회의원들이 해마다 상호방문해 회합하는 모임으로 운영위원회, 안보 ·외교위원회, 경제위원회, 사회 ·문화위원회 등 4개 상임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이번 합동총회에서 영광출신으로 한일의원연맹 사회문화위원장이기도 한 이낙연 국회의원(민주당 원내대표)이 총회 주제발표를 한다. 기자시절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한 경력을 바탕으로 현직 국회의원중 대표적 일본통 의원으로 알려진 이낙연 의원의 주세발표문을 통해 한일간의 현주소를 가늠해보기 위해 글을 게재한다. / 편집자 주
올해는 한일 '우정의 해'였습니다.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한국이 일본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지 60년, 한국이 일본에 외교권을 빼앗긴 을사조약이 체결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정의 해'라고 해서 축제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저는 지난해 11월 한일의원연맹 총회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진한 과거청산을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함께 하자며, 일제 피징병 피징용 한국인 유골봉환 등을 거론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서 터졌습니다. 독도와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가 그것이었습니다. 이들 문제로 인해 '우정의 해'는 심각하게 상처받았습니다. 오히려 '우정의 해'가 아닌 해보다 더 위태로운 시기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한일관계가 아직도 얼마나 취약한가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한일관계를 진정으로 성숙시켜 가기 위해 양국은 무엇을 행동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우정의 해'에 확인한 취약한 한일관계
지난해 한일의원연맹 총회에서 우리 사회문화위원회는 '우정의 해'에 전개할 우리 위원회의 사업으로서 양국간 스포츠 및 문화교류, 특히 청소년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냈었습니다.
그러나 양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교류를 더욱 늘리거나 새로운 교류를 시작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독도와 역사 교과서 문제로 기존의 교류가 부분적으로 축소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월3일 양측 합동간사회의에서 양측 사회문화위원장이 이번 총회의 의제를 '제30차 합동총회에서 제안되었던 한일 청소년 교류사업의 구체화 및 양국 의원간의 문화교류에 대하여'로 합의한 것도 올해의 아픈 경험 때문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일간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레벨에서 수많은 청소년 교류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정부레벨의 청소년 교류사업은 최근에 약간 축소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만약 지방자치단체나 민간레벨의 청소년교류가 증가하기 때문에 정부레벨의 청소년교류는 약간 줄여도 좋다는 판단 때문이라면, 그것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부족이 주된 이유라면, 그것은 잘못이라고 봅니다. 그동안 일본측에 비해 한국측의 예산이 매우 적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문제는 한국 정부와도 논의할 작정입니다.
한센인 피해보상소송 상이한 판결은…
양국 의원간 문화교류는 10월3일 양측 합동간사회의에서 제가 제안했던 것입니다. 한일의원연맹이 양국 정부에 대해 촉구만 하는(말로만 하는) 선에 머물지 말고 연맹 스스로도 행동하자는 취지에서 의원간 교류를 제안했습니다. 저희 한국측에서는 내년 봄에 1차로 일본 쓰시마(對馬島)를 2박3일 정도 다녀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총회에서 제가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공식의제에는 없는 몇가지 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협력을 구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한센씨병 환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인도적 결단을 요망합니다.
10월25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가 한센인 강제격리 피해보상 소송에서 대만인과 한국인에 대해 상이한 판결을 내린 것을 저희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일본 정부의 정책적 결단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본측의 협력을 거듭 요청합니다.
둘째, 일제 피징병 및 피징용 한국인 유골봉환과 한국인 희생자 해외 추도순례에 대한 일본의 협조를 다시 요망합니다. 유골봉환 문제에 대해서는 한일 유골조사협의회가 두차례 회의를 열어 적잖은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희생자 해외추도순례 자발적 자세가져야
앞으로 이 협의회를 더욱 활성화하고 실태조사 등에서 민간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 일본측이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인 희생자 해외 추도순례 문제에는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한일 양국정부가 더욱 대담한 태도로 협의하되, 일본정부가 자발적으로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자세로 임해 주셨으면 합니다.
셋째, 일제 피징용 한국인의 공탁금과 후생연금 관련 자료를 제공해줄 것을 일본측에 요청합니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 노무자 미불임금 공탁기록'과 '조선인 노무자 후생연금 관련 명부' 같은 자료들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료들은 한국의 관련기관(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이 피해자를 판정하는 데 긴요합니다.
한국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 체결에 따른 정부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전시 강제동원 피해자 구제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1차 작업은 피해자 판정입니다. 일본측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자료제공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만,
개인정보보호법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정보의 유출을 금하는 취지이므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부디 해당 자료를 한국측에 제공해 한국 국내의 '전후 처리'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2005년 11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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