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갑산도립공원 명칭 변경 2라운드
함평군이 10월31일 불갑산 정상에 ‘모악산’ 표지석을 기습 설치해 영광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명칭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불갑산은 영광군과 함평군 경계에 위치하고 있지만 불갑산 정상인 연실봉의 정확한 경계는 함평군에 위치해 있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해 함평군 일부 사회단체에서 불갑산이 원래 모악산이기 때문에 ‘모악산도립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후 함평 A도의원이 지난해 12월 전남도의회 제2차 정례회에서 ‘불갑산도립공원’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공론화하고 올해 1월1일에는 함평군번영회 주관으로 불갑산에서 ‘모악산’ 연실봉 해맞이 행사를 이례적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 6월 함평군이 전남도에 지명 변경 요청서를 접수했지만 2달여뒤인 8월 면밀하게 검토한 뒤 수정·보완해 다시 제출한다며 요청서를 철회하면서 논란은 사그러드는 듯했다.
불갑산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은 2021년 하반기 함평군이 연실봉에 나비조형물을 설치한다며 좌대 기초공사를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해 연초 양 지역간 우호협력을 위해 상호공유할 수 있는 표지석으로 추진하자고 협의하며 설치된 좌대도 함평군이 철거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해맞이 행사나 지명변경 추진이 이뤄졌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함평군 일부 단체와 주민들이 헬기를 이용해 불갑산 정상에 ‘모악산 516m 함평군 최정상’이라는 표지석을 기습 설치하면서 잠복됐던 논란이 급작스럽게 재차 불거졌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표지석은 함평군 일부 주민과 사회단체 주도로 모금을 통해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표지석이 설치된 위치가 개인 문중 소유라 함평군이 군 명의로 토지사용 승인과 산지 점용허가 등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표지석 설치와 관련해 이상득 군수는 외형상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함평군 관계자는 “표지석 설치와 관련해 군에서 문중에게 토지사용 승인과 점용 승낙을 받았다. 군수께서 세부적인 내용은 모른다”며 이상득 군수와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부인했다.
하지만 불갑산 정상의 표지석 설치가 자치단체간에 불거질 수 있는 갈등사안이라는 점에서 외형상 거리를 둘뿐 지역내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표지석 설치를 용인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불갑산 정상의 표지석 설치를 양 지역이 협의해 해결하자고 협의된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추진된 이유에 대해 함평군 관계자는 “8월 지명변경 요청서를 철회하면서 내년에 전문가 자문을 구해 전남도에 지명변경을 재요청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영광에서 불갑사의 표지석을 ‘모악산 불갑사 법계’에서 ‘불갑산 불갑사 법계’ 그리고 ‘불갑산도립공원’이라고 표기된 표지석을 본 함평주민들의 요구가 거세져 주민과 단체들이 추진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표지석이 설치되자 영광군은 7일 영광군수 명의로 함평군에 <불갑산 연실봉 정상에 설치된 모악산 표지석 철거 협조 요청>을 공문서로 통보했다.
영광군은 1959년 시행한 우리나라 최초 지명철에 표기된 서로 각각인 불갑산과 모악산의 경위도 좌표와 1961년 4월 발행된 지명고시 관보를 근거로 현재 등록된 불갑산이 아닌 모악산 표기는 맞지 않아 대국민 혼란을 초래하는 행정이 되지 않도록 철거를 요청한다고 20일까지 결과를 회신할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