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풍양속 실천으로 바른 인재 기른다
미풍양속 실천으로 바른 인재 기른다
  • 영광21
  • 승인 2005.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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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탐방 ⑩ / 가사리경로당<군서>
나쁜 기운을 몰아 내고 행복을 부른다 해 우리 선조들이 최고의 길상목으로 손꼽아 온 나무. 임금이나 정승이 아들을 낳게 되면 장수를 기원하며 심어준다는 천연기념물 제315호인 회화나무가 있는 군서면 가사리에 자리한 가사리경로당(회장 김균현)을 찾았다.

가사리에는 옛부터 신목으로 귀히 여겨 고결한 선비의 뜰이나 서원 절간 대궐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 500~600년 수령의 회화나무가 마을 가운데에 버티고 있다. 주민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요즘 경비업체의 문단속을 받는 것만큼이나 든든하게 여기고 있다. 정월 대보름엔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며 제수를 장만해 회화나무에 제를 올리는데 마을에 사고가 없던 해에는 농악놀이까지 곁들여 주민 모두가 함께 즐긴다고 한다.

이곳 가사리는 예전엔 100호가 넘는 주민들이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70여 가구가 이웃을 이루고 있다. 그중 26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가사리경로당은 넓은 마당에 쉼터를 마련하고 있어 정감이 넘친다. 주소득원으로 벼농사와 고추, 양파재배를 하고 있는 회원들은 대부분 자급자족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농번기엔 일이 워낙 바빠 정기적인 모임을 갖지 못하지만 농한기엔 대부분의 마을주민이 경로당을 이용하고 있다.

농한기엔 한낮은 물론 밤시간까지 경로당에서 보내게 되는데 외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이 노래방 기기를 들여놓아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또 농번기의 고단함을 풀고자 봄, 가을로 여행도 계획하는 등 피로에 지친 회원들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경로당 빈터에 간단한 체육시설을 마련해 마땅히 운동할 공간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제공하고 있고 농사일에 바쁜 부모를 대신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부방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군에서 지원받은 아동용 서적과 재활용 책장을 구비해 새마을문고를 마련하고 방학을 이용한 독서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연말에는 효부와 선행자를 선정해 시상하는 등 사라져 가는 미풍양속의 실천에 정성을 쏟고 있다.

“고된 농사일과 고령으로 주민 모두가 약봉지를 안고 사는 실정인데도 영광읍까지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과 경제적 이유로 병원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고 밝히는 김균현(72) 회장은 “경로당 2층에 가건물을 지어 간단한 운동기구와 물리치료기를 갖출 예정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뜻있는 기관·단체나 독지가의 관심을 호소했다.

마을 가운데 자리 한 회화나무 주위 어딘가에 장군샘이라는 옹달샘이 있었다고 한다. 그 물을 마시는 사람은 장군이 되지 못하면 역적이 된다 해 행여 역적이 될 것을 두려워 한 마을 주민들이 샘을 메워버렸다고 한다.

머지 않은 어느날, 회화나무와 장군샘을 터전 삼아 가사리 어르신들의 염원으로 올곧게 자란 젊은이가 나라의 안녕을 어깨에 짊어지고 장군으로 우뚝 서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순이 객원기자 si253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