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법만 제정한다고 안전한 먹거리 확보되나
칼럼 - 법만 제정한다고 안전한 먹거리 확보되나
  • 영광21
  • 승인 2005.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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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석 / 본지 편집인
최근 김치에 납이 함유되고 기생충알이 검출되었다는 보도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식품안전기본법은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해도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식품안전기본법이 식품업계의 입장에서 볼 때는 물론이고 법리체계에서 볼 때에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서 걱정이 앞선다.

이런 걱정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식품업계는 식품안전기본법에 무려 열군데 이상이나 납득할 수 없는 조항이 내포되어 있다며, 25개의 식품관련단체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3개 유관단체들이 공동으로 정부의 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25개 식품관련단체라면 가히 우리나라 전체 식품사업자의 뜻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이들 단체들은 "식품안전기본법 제정은 시의적절한 조치"여서 환영한다고 밝히면서도, 식품안전기본법이 말 그대로 식품안전에 관한 기본법으로 선언적 규정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내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식품에 관한 법으로 식품위생법이 있는데 새로운 식품안전기본법이란 것을 제정하여 법 위에 법을 하나 늘리는 꼴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우려에서 나온 지적일 것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식품으로 인한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의 하나로 정하면서 '국민보건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라는 규정을 두어 포괄적으로 위임을 하고 있어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 있는 형편이다.

단속강화, 처벌강화 중심의 식품위생 행정은 다수의 식품업자에 있어서 '잠재적 불량 식품업자'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실제로 많은 업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량식품업자로 낙인찍혀 엄청난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는 그동안 진행되어온 행정관행을 보면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현행 식품위생법이 이런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궁극적으로는 법이 존재하는 실제 목적이 식품위생법과 동일할 수밖에 없는 '식품안전기본법'이라는 새로운 법만으로 식품안전을 확보하려고 있다.

물론 식품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식품안전기본법을 살펴보면 식품업계가 지적한 것처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독소조항이 곳곳에 널려 있다.

예를 들면 '위해 우려' 등의 막연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판매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나 정부에서 금지조치한 결과가 사업자의 잘못이나 법규위반이 아닌 것으로 판단돼 금지행위 해제를 결정할 경우에도 사업자에게 엄청난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역지사지라고 하겠다. 정책입안자들은 식품업자의 입장이 되어 "열 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선량한 한 명은 보호해야 한다"는 법언을 생각하여야 한다.

또 식품업계는 정말로 식품안전기본법이 문제가 있다면 강력히 철회를 요구하는 것이 법제정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강력한 대안이 될 것이다.

이 기회에 정부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려는 노력과 함께 선의의 피해자를 최대한 구제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하는 지혜를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