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개호 의원의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의 ‘윤석열 정권’ 
이개호 의원의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의 ‘윤석열 정권’ 
  • 영광21
  • 승인 2024.02.29 09:1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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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유시민 전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학생 시절 시국사건으로 재판받았던 사건이 생각났다. 
전두환 정권이 철권통치를 하던 1984년 서울대에서 발생한 ‘서울대 프락치사건(외부인 폭행사건, 린치사건 등으로도 불림)’에 연루된 유 전장관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2심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 때문이다. 
26살의 나이로 창살 안에서 작성한 그의 항소이유서는 ‘썼다 지웠다’를 못하는 여건에서 14시간 걸려 문장과 한자까지 외워 썼다지만 탁월한 논리 전개와 짙은 호소성 때문에 학생운동권뿐 아니라 각계각층에 화제가 됐다. 
지금부터 30년도 더 된 시점에 필자가 읽었던 <항소이유서>는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뿐 아니라 재판과정에서의 진술 등도 포함된 단행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중 유 전장관이 적시한 ‘정권’과 ‘정부’의 개념 차이에 대해 검사와 문답하던 대목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이는 항소이유서에서 그가 ‘정권’이라 명명하며 제5공화국(전두환 정권)이 합법성과 정통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표시하기 위해 정부 대신에 사용한 단어라고 정의하며 재판 과정에서도 그 같은 뉘앙스로 답변한 내용이 색달랐기 때문이다. 
서두가 길었다. 지역내 집권여당이랄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 공천 과정을 보면 실망을 넘어 허탈감이 그지없다.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고 지는 문제를 떠나 과연 우리세대에게 미래가 있을까라는 답답함이 가득하다. 전국적인 공천 상황에 더해 지역구 공천 결정소식을 접하니 더더욱 그렇다.  
“민주당 공관위로부터 담양·함평·영광·장성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았습니다.(중략~) 다가오는 총선에서 무능과 무책임, 민생을 파탄시키고 있는 ‘윤석열 정부’(필자 강조)를 반드시 심판하고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습니다.” 이개호 의원이 당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을 전하며 돌린 감사사례 중 일부다. 
뉴스에 나오는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이 거의 ‘윤석열 정권’으로 들었던 필자로서는 어색했다. 
민주당 누리집에 들어가봤다. 첫 화면의 소항목에 <무능한 검사정부>가 아닌 <무능한 검사정권>이라는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정부란 넓게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말하지만 좁게는 행정부를 말한다. 헌법 가치를 수호하며 합당한 범위에서 국가의 목적을 실현하는 기관이 ‘정부’인 것이다. 반면 헌법 가치를 경시하며 정치권력을 유무형의 무기로 삼는 경우엔 ‘정권’이라 한다. 
국민 대다수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에 비판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특히나 정치 선진지인 전남에서 윤 대통령이 잘한 것은 잘한다고 평가하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가 무엇인지 이개호 의원은 고민해 봤을까.
“원내대표, 사무총장과 함께 당3역으로 불리는 정책위 의장이란 중책에 어깨가 무겁다”던 이개호 의원은 수십년에 걸쳐 이뤄온 정치 민주화나 경제적 부의 균등 분배 등과 같은 개념이 불과 2년여 만에 수십년전으로 후퇴함으로써 어깨가 무거운 국민들의 고단함은 알고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의 ‘윤석열 정권’과 이개호 의원의 ‘윤석열 정부’는 과연 무엇인지 사뭇 궁금하다. 생각이 말로 표현되고 말은 행동으로 나타난다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