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중학생을 둔 학부모 단상
지난달 21일은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며 아이들을 깨우는 목소리가 그날은 조금 요란했다. 우리집 장남의 초등학교 졸업식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깔끔하게 챙겨서 보내고 뒤따라 가족 모두가 멋을 내고는 축하를 하기 위해 나섰다.
졸업을 축하하고 여느 가족처럼 기념 촬영도 하고는 당연히 점심 식사의 자리로 따라 나설 줄 알았는데 하는 말이 "엄마 이제 졸업식을 마쳤으니 저 친구들과 함께 할게요"하며 사라지는 아들의 모습에 꼭 운동장에 댕그라니 남겨진 동상이 된 듯 서운했다.
많이 자랐다는 성숙함의 나타남이 시작된 것이다.욕심과 기대만으로 시작했던 초등학교의 마음가짐과는 다른 중학교 입학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이날 오후 마침 아이가 입학할 해룡중학교에서 선배들의 교복을 물려준다기에 아이를 보내 받아 오라 했다.
선생님께서 자상히 챙겨 보내 주신 교복은 조금 낡기는 하였어도 입을 만 했다.
새로 맞추어 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헌 교복을 입고도 꽤나 신나고 들뜨는 아이의 검소한 마음이 참 고마웠다.아이를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긴다.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 그런 지혜로운 아들이었으면 하기도 하고, 먼저 아이를 키워내신 어르신들의 말씀에 의하면 '산 넘어 산이야'라던데 이처럼 예민하고 중요한 시기를 사랑하는 모든 아이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경험하여서 미래의 멋진 지성인으로 자랐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이들에게만 무조건 바라기만 해서도 안되고 우리 부모 스스로가 큰 이해심과 따뜻한 관심으로 보살펴야만 멀고도 험한 길을 향하여 고생하는 아이들이 혹 지름길이 아닌 샛길이나 어두운 골목길로 발을 디뎠더라도 헤매이지 않고 바른길을 잘 찾아 튼튼한 사회의 보물들이 될 것 같다.
이제 막 새로운 길로 접어들 아이에게 말하고 싶다."겁내지 말고 순수한 네 마음의 환한 불빛으로 너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친구까지 함께 비추어 주어서 아름답고 보람된 학창시절이 되길 바란다고,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보석이 될 것이라고…"
그리고 '교복 물려입기'라는 전통을 만든 학교에게도 신입생 엄마로서 감히 칭찬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성범아, 또 다른 출발인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박은정<주부·영광읍 녹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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