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설원예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난방비 증가에 따른 재배작물의 국제 경쟁력 저하다. 최근의 급격한 기후변화와 맞물려 겨울철 신선채소 공급, 과일류의 조기수확, 겨울철 시설재배의 중요성 부각 및 아열대 과수 등 저비용 고소득 특수작목 육성에 대한 농민들의 관심이 높다.
문제는 난방비다. 난방비가 국내 시설원예 경영비 중 차지하는 비율은 30∼50%로 일본 20%, 네덜란드 15%에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농가소득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다. 국내 온실 난방 면적 1만3,000㏊의 연간 소요비용이 1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최근에 신재생에너지(지열, 공기열 등)를 활용한 히트펌프 이용 온실 냉난방기술이 개발·보급되고 있으나 자격 요건을 갖추기가 어렵고 환경과 기후조건이 적합하지 않을 시기에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온배수 활용 시 원전 가동이 중단되지 않은 한 무한공급이 가능하므로 현재 보급중인 시스템보다 안정적이다. 발전소 배출 온배수 열의 3.4%만 활용해도 국내 온실 전체 난방에너지 해결 가능한데, 특히 한빛원전의 온배수는 연간 배출량이 74.6톤으로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약 40%를 차지할 만큼 풍부하다.
무엇보다도 온배수가 지나는 파이프 라인의 초기 설치비용만 들이면 가동 시에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점이다.
온배수의 농업분야 활용은 시설원예 원가 절감에 대한 긍정적 영향을 미침은 물론 한빛원전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바다의 황폐화를 막고 화훼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관광 활성화와 탄소중립에 기여 하게 되니 얼마나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인가?
그렇다면 22년 전 필자가 주장했던 이 사안이 왜 아직까지 잠자고 있는 것인가?
첫째는 추진 주체가 없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방사능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정보 부족으로 두려움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영광군도 온배수 활용과 관련한 용역을 몇 차례 실시한 바 있지만 군수의 결단이 없어 실행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2013년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는 필자의 제안과 거의 유사한 ‘온배수 열을 활용한 채소재배 유리온실 단지조성 계획’이 용역을 완료한 후 실행 단계에서 환경단체의 반대로 최종 무산된 바가 있다.
최근 월성 원전본부는 그동안 방사능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고 보고 다시 추진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온배수를 이용해 양식한 생선을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먹는 음식이기에 거리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월성처럼 지하 온배수관로의 열만 활용하고 깨끗한 물로 재배한 채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을 수 있다. 입으로 직접 들어가는 음식이니까. 그러나 화훼는 먹지 않는 관상용이기에 이보다 더한 안전성의 요구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봐도 무방할 것이기에 이제는 실행의 문제만 남았다고 본다.
정부의 정책자금과 한빛원전 상생자금 일부를 투입하여 한빛원전 온배수를 활용한 친환경 수출화훼단지와 에덴동산 등 총 50㏊ 내외 규모로 발전소 인근에 조성한다.
온배수를 자원화한 친환경 수출농업단지와 관광단지 조성은 영광의 미래 먹거리 창출이 될 것이다. 특히 염산에는 우리나라 기독교의 최대 순교지가 있어 기독교인들이 많이 찾는데 성경에 기록된 에덴동산을 홍농에 조성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관광지가 될 것이다. 에덴동산은 중동지방에 존재했기에 온배수를 이용하면 중동지방과 유사한 환경 조성이 가능할 것이다.
최근의 화훼산업은 관광 및 체험산업과 연계하고 지자체가 개입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태안세계꽃축제, 함평국화축제, 곡성장미축제 등의 꽃 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홍농의 화훼단지도 단순한 화훼의 재배에서 벗어나 상사화축제나 법성포단오제와 연계되면 찾아와서 보는 즐거움이 추가돼 에덴동산과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온배수 활용은 화훼산업과 관광산업에 영향을 미쳐 지역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장현
전 호남대 교수
(재)김대중재단 영광군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