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은 강항 선생의 편액 ‘종오소호’(從吾所好·내가 좋아하는 바를 따르겠다)가 선생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1995년부터 무라카미 쓰네오(村上恒夫·수은강항선생 전일본연구회장)씨가 보관하던 종오소호 편액(길이 150㎝, 너비 55㎝, 무게 중량 27㎏)을 이낙연 전국무총리가 지난 5월23일 일본에서 기증받아 불갑면의 내산서원에 기증했다.
강항 선생은 정유재란이 일어난 1597년 일본에 끌려가 오즈시와 교토에 억류돼 살면서 유학을 전수하다가 1600년 귀국해 고향에서 후학을 가르치다 1618년 별세했다.
이 편액은 강항 선생이 귀국 후 강씨 문중의 누군가에게 써준 것으로 전해진다. 편액을 받은 문중은 사당 정면에 편액을 걸어 놓고 소중히 여겼으나 1950년경 사당이 무너지며 편액도 손상됐다.
그 이후의 과정은 전언이 엇갈린다. 무라카미씨는 “1995년 8월 한국의 소유자로부터 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무라카미씨는 올해 5월 그의 초청으로 오즈를 방문한 이 전 총리에게 “오즈의 건설업자에게 의뢰해 편액을 깔끔하게 수리해 보관해 왔다”며 “그러나 이제 아내와 사별하고 고령자 주택에 혼자 사는 관계로 편액을 보관하기 어렵게 돼 이 총리를 통해 돌려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종오소호 편액 기증식은 17일 오후 3시 내산서원 용계사에서 추향 후, 내산서원 유물관 광장에서 개최됐다.
기증식에는 영광군 초·중학생 80여명이 9월 중순 수은 강항 선생의 족적이 남아 있는 일본 에히메현 오즈시민회관 앞 홍유 강항 현창비를 비롯한 강항의 문화유산 탐방을 앞두고 유적지 답사의 일환으로 초대됐다.
종오소호 편액 기증식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결단으로 성사됐다. 광주대학교 주최, 강항문화제 운영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됐다.
일본측 인사로는 사토 신치로 수은강항선생 일본연구회장 임원 일행이 하루전인 16일 방한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