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 인터넷 공모전 수상자 발표
2024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 인터넷 공모전 수상자 발표
  • 영광21
  • 승인 2024.10.24 09: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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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 
이기효<서울특별시 마포구> / 추억의 발자국을 남기다

▶ 금상
황혜란<광주광역시 광산구> / 꽃무릇
김순봉<광주광역시 북구> / 탈색된 붉은 상사화의 사랑

▶ 은상
이지혜<광주광역시 남구> / 영광을 읽다
강현숙<전라남도 화순군> / 상사화
강문규<경상남도 진주시> / 상사화

▶ 동상 
장헌권<광주광역시 광산구> / 영광으로 가는 길
박연식<광주광역시 서구> / 상사화
박진옥<대구광역시 서구> / 내 편
홍선경<전라남도 영광군> / 꽃무릇으로 피었다
이시윤<경상남도 거제시> / 소중한 가족

▶ 입선
최상경<전라남도 순천시> / 불갑산 꽃무릇
이봉재<전라남도 영광군> / 불갑사
심혜정<광주광역시 광산구> / 붉은 경전
이정옥<전라남도 영광군> / 길 위에서
오윤석 <전라북도 정읍시> / 잎이 진 자리
김봉숙<광주광역시 광산구> / 상사화
장인숙<경상남도 의령군> / 불갑사 꽃무릇
정경균<광주광역시 북구> / 꽃무릇
김완수<전라북도 전주시> / 붉은 기다림


 

심사평
햇볕이 비치는 낮에는 따가울 정도로 덥고 달빛이 드는 밤에는 소슬한 추위가 스며드는 가을이 완연한 나날입니다. 마치 수확의 계절인 이 가을에 무엇인가 부족한 것만 같아서 황황한 그런 날들이기도 합니다. 아마 국내외를 막론하고 몰려드는 불편한 소식들과 우리들의 일상들 때문에 그러할 것입니다.
이럴 때는 오랜 시간을 건너온 우리 곁의 자연과 풍경을 찾아가거나 그것도 아니면 가까운 도서관에 들러 책이라도 펼쳐서 읽으며 조용한 사색과 관조의 시간을 갖는 것이 유익합니다. 너에게로 가는 나와 또는 나에게로 오는 너라는 인과관계를 멀리 두고 고요히 살펴보는 시간은 가을날에 논밭에서 거두어들이는 몇 가마의 식량보다 더 우리를 풍요롭게 할 터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를 즐기면서 이를 글이라는 프리즘으로 살펴본 모든 이들은 행복하였을 것이고, 그러한 여정과 서정이 깃든 200여편 가까운 시와 수필들을 살펴보는 필자 역시 풍성한 가을을 맞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라는 아일랜드의 속담처럼 그렇게, 모든 게 생산성과 부가가치로 환산되는 작금의 세상에서 이처럼 마음으로 풍경을 전하고 가슴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문학은 소중하기 그지없습니다. 
‘나는 아이들이 커서도 이곳을 기억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불갑사의 상사화는 그저 빨간 꽃이 아니라, 이 장소와 그 꽃을 매개로 우리가 함께 나누는 시간들이 하나로 엮여간다.’(대상 작품 <추억의 발자국을 남기다> 중에서)라는 대목에서, 한 장소에서 드러나는 특별한 성격인 장소성場所性을 넘어 공간과 시간 및 인간이 어우러진 문화 기억을 통하여 정립되는 가족 단위의 정체성이 형성되고 있음을 즐거이 바라봅니다. 
개인화라는 근대의 신화에 의해서 점점 흩어지는 ‘나와 너희들’ 그러한 개인들은 그대로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 꽃무릇을 닮았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슬픈 숙명의 꽃무릇이 모아서 피는 반려자의 동네를 ‘이 장소는 우리 가족의 세대가 계속해서 공유하게 될 장소로 남을 것이다’라면서 펼쳐내는 문학적 상상의 세계는 그대로 우리의 미래가 담긴 듬직한 세계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렇듯이 대상을 차지한 이기효씨의 산문 〈추억의 발자국을 남기다〉를 기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물론 이와 경합한 황혜란씨의 시 〈꽃무릇〉, 김순봉씨의 산문 〈탈색된 붉은 상사화의 사랑〉을 포함한 입상권의 작품들은 시상의 선후 구분을 어떻게 해도 무난한 그런 글들이었습니다. 단 상사화(꽃무릇)와 가을의 축제라는 덫에 걸려서 입상권에서 멀어진 글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글은 만들어지지 않은 그 무엇을 쓰는 것이 아니란 것을 전합니다. 벽돌을 그냥 쌓는 담장으로 집이 되지 않듯이, 자기의 느낌, 의견, 생각 등이 없이 우선 그저 남에게 잘 읽히기 위해서 쓰는 글은 무망한 일입니다.
그리하여 덧붙이자면 아픈 젊은 날에 빈방에서 홀로 일기를 쓰듯이 우선 내 안으로 들어온 감정, 서정 그리고 돋아나는 반응과 흘러드는 사유들을 차분히 바라보면서, 글로 쓰면서, 그리고 다시 다른 이에게로 건너가서 만들어질 나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퇴고하는 것이, 문학이라는 글쓰기임을 사족으로 달아봅니다. 
아직도 창창한 가을날, 모두의 건필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박관서(시인, 전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박관서 / 시인, 1996년 계간 <삶 사회 그리고 문학> 신인추천, 시집 <철도원 일기>, <기차 아래 사랑법>, <광주의 푸가>, 산문집 <남도문학을 읽는 마음> 간행, 현 문예지 <시와 사람>, <시와 문화> 편집위원, 전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및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