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탐방 ⑬오룡경로당<불갑>

이 같은 행사를 준비해 더욱 화제가 된 오룡경로당(회장 윤병학 사진)은 16호의 작은 세대가 꾸려 가는 경로당답지 않게 들어서는 입구부터 여유로움이 넘쳤다.
지난 2000년 군의 지원으로 새롭게 지어진 이곳은 남자회원 13명과 여자회원 17명 등 모두 30명의 회원이 더불어 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며 경제적인 내실을 쌓아 가고 있으며 주민과의 화합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두텁게 이뤄지고 있다.
여느 경로당과 다른 특이한 사항들이 많이 발견된 이곳은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2,000평의 논을 임대해 공동경작하고 있었으며 농한기를 이용해 고춧가루가공사업소와 계약 체결해 고추꼭지 따기와 송편만들기 등을 통해 얻어진 수익금의 일부는 마을자금으로 저축하고 일부 이익금은 독거노인세대를 선정해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 요즘 한창인 김장담그기도 경로당에서 먹을 김치는 공동으로 담가 경로당자금으로 구입한 김치냉장고에 보관해 1년 내내 밑반찬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민간의 화합이 잘되고 정이 두터운 이 마을은 지난해에는 'KBS 6시 내고향'에 마을이 소개되기도 했고 올 5월에는 KBC광주방송에서 선정하는 <좋은이웃 밝은동네>에 선정돼 1백만원의 상금을 받기도 했다. 또 독특한 것은 마을주민들 중 자식이 결혼을 한다거나 본인이 회갑이나 칠순을 맞이하면 10만원씩을 마을 운영비로 내놓고 있다.
윤병학(72) 회장은 “우리마을은 몇년 전부터 좋은 일에 쓰기 위해 자금을 모아왔고 회원 전원찬성으로 지난달 노인위안잔치도 열게 됐다”며 “함께 고생해 모은 마을자금을 놀고 먹고 즐기며 쓰자고 제의할 만도 한데 모두가 보람되고 의미있는 일에 쓰여지길 바래 행사를 추진하게 됐다”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밝혔다.
고추와 양파가 주소득작목인 이곳은 총세대의 절반인 8가구가 한우 65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마을 대표를 맡고 있는 유기복 어르신은 “1970년 새마을운동이 시작될 때부터 유난히 다른 마을보다 단합이 잘 됐었다”며 “이렇게 인심이 넉넉하고 마음이 잘 맞는 마을이지만 모두가 나이가 들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게 되면 대를 이어 마을을 이끌어갈 세대가 없는 것이 제일 안타깝다”고 현실의 단상을 아쉬워했다.
향우들이 보내줬다는 노래방 기기, 대한주택공사 전남지역본부와 1사1촌 자매결연에서 전달된 대형냉장고, 방송에 출연해 상품으로 받은 대형TV, 간단하게 마련된 운동기구까지 농촌 경로당치고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오룡경로당.
이곳은 타인의 도움이 아닌 회원 스스로의 기반마련을 위한 노력으로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으며 그 여유로움을 주변에까지 나누려는 고운 마음씨는 자식 또는 사회에 무작정 의지하려는 나약한 어르신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귀감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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