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에 뿌린 내린 모든 간신 줄줄이 커밍아웃 척결할 좋은 기회

얼룩덜룩 더럽혀진 몸뚱아리를 한 철상의 주인공은 중국 송나라 시기 구국의 영웅이자 명장이었던 악비岳飛(1103~1142/39세) 장군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악비 장군과 역사에 영원히 사죄하고 있는 간신 진회秦檜(1090~1155/65세)이다.
그는 일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충신을 해치고 나라를 판 매국의 간신, ‘매국간’으로 역사에 치욕스러운 오점을 남기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진회 뺨치는 간신들로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나라가 곳곳에서 망가지고 있다. 국민들의 생활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지고 있다. 권력자가 더 할 수 없이 어리석고 무식하니 그 배우자가 권력자 머리 위에서 올라서서 국정을 농단한다. 온갖 간신들이 이 숙주 둘에 달라붙어 단물을 빤다. 간신들이 빠는 단물은 나라의 금고, 즉 국민의 피와 눈물이다.
화제의 책 <간신> 3부작(간신론, 간신전, 간신학)을 펴낸 김영수 저자는 지금의 이런 기도 안 차는 현상을 ‘간신현상’이라 진단한다. 나아가 이 간신현상을 하나의 사회현상이자 역사현상으로 분석한다.
이 현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인간의 역사에서 근절되지 않고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문제는 우리 역사에 있어서 이 현상의 심각성이다.
저자는 친일매국노들에 대한 확실한 청산이 무산되면서 이들이 기득권층으로 득세하고, 군사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부정하고 부패한 기득권 카르텔을 형성해 나라 전체의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엽기적이고 변태적인 현상이 일반화되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이 카르텔을 ‘간신 카르텔’로 규정하는 한편 사회 각 분야의 이런 부패한 기득권 세력들을 무려 17종의 간신 부류로 분류했다.
이를테면 검찰은 ‘검간’, 법원은 ‘법간’, 군대는 ‘군간’, 정치는 ‘정간’, 언론은 ‘언간’ 식으로 분류한다. 이 현대판 간신 부류들이 알게 모르게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라 전체를 좀 먹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대적으로 자료가 풍부하고 연구가 많으며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져 있는 중국 역사 속의 간신과 간신현상을 가지고 지금 우리 사회의 현상과 비교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어쩌면 이렇게 똑 같을까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저자는 이를 ‘역사의 데자뷔’라 부른다.
사실 8년 전 박근혜 정권 당시의 국정농단이 지금 또 재연되고 있는 현실이고 보면 이 역사의 데자뷔 현상은 소름이 돋는다.
<간신> 3부작은 2023년 말에서 2024년 초에 걸쳐 출간됐다.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중심으로 잔잔하면서 좋은 반응을 불어 일으켰다. 그러다 최근 시사평론가 김종대 전 국회의원이 이 <간신> 3부작에 꽂혀 ‘간신 감별사’로 자처하고, 영향력이 큰 진보 유튜브에서 작금의 대통령실, 정부, 정치, 언론, 검찰 등에서 문제가 많은 인물들과 역사 속 간신들을 비교하는 날카로운 논평을 내면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간신에 대한 처단과 평가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이 3부작을 서둘러 낸 이유를 우선 2022년 3월9일 대선 결과에 극심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도저히 선택할 수 없는, 선택해서는 안 되는 사람을 최고 권력자로 선택하는 과정과 그 결과에 충격을 받은 저자는 그간 출간했던 간신 관련 저역서들을 정리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을 다시 탐구했다고 한다. 그 탐구의 핵심이 다름 아닌 간신이라는 역사현상이자 사회현상이었다.
저자는 지금의 이 극심한 위기를 위기로만 보지 않고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일찍이 거의 모든 간신들이 이렇게 떼를 지어 커밍아웃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철저한 대비와 방법을 강구해 간신들을 척결하고 나아가 간신현상의 뿌리를 자를 수 있다면 이 위기가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권력자와 간신은 숙주와 기생충의 관계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그 숙주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최근에 출간된 <간신전>과 <간신학> 개정증보판 서문을 통해 역사적 관점에서 간신현상 청산을 위한 몇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충분히 귀담아 들을 만하다. 제2안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신체, 정신(심리) 건강검진을 위한 특별병원 설립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계의 간신 ‘언간’에 대한 일침은 폐부를 찌른다.
나라 잘 되는 데는 충신 열로도 모자라지만 나라 망치는 데는 간신(혼군) 하나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