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업체탐방 94 한길서림

1994년 4월 오픈한 한길서림(대표 김미자). 영광읍 남천리 일방도로에 위치한 이곳은 11년째 운영돼오며 오가는 주민들의 지식정보제공의 공간과 쉼터로 이용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35평의 규모에 다양한 도서를 전시하고 있는 한길서림은 문화의 오지인 영광에 전문서점으로 탄생해 주민들의 문화욕구충족을 위한 공간으로 그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당시 매장을 오픈할 때만 해도 다른 서점들의 규모가 15평 정도였고 대부분 문구를 함께 취급하고 있어 주민들이 보다 편리한 문화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넓은 도서전문매장을 오픈하게 됐다"고 서점을 경영하게 된 동기를 밝힌
김 대표는 "그동안 지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서점의 획기적인 변화는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며 제법 호황을 누리기도 했지만 요즘은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다른 서점들처럼 급격히 매출이 하락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서점을 고사하게 하는 도서정찰제가 2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일반 서점은 할인판매를 해서는 안되고 인터넷 서점은 신간의 경우 10%, 1년 이상 지난 구판은 10%이상 할인해 판매해도 된다는 제도다.
이런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소비자들과 소매점 그리고 출판사들이 모두 손해를 보고 있다. 소비자들은 정가로 책을 사면 손해 보았다는 생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소매점은 고객이 줄어 경영압박에 시달리며 출판사들은 인터넷 서점 할인율을 맞추느라 가격을 인상하면 결국 불합리한 제도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몫으로 넘겨지는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95년 역사를 가진 종로서적이 최종 부도처리된 것은 월드컵 열기가 가득했던 2002년 6월이었다. 월드컵 사상 첫승을 거둔 한국축구 대표팀에게 온 국민이 열광하던 바로 그때 100년의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 최대의 서점이 문을 닫은 것이다.
종로서적의 부도에 대한 많은 추측과 의견이 있기는 했어도 가장 큰 이유는 물밀듯 밀려오는 인터넷 서점의 등장이 가장 큰 이유였다. IMF이후 전국 서점의 절반이 문을 닫았다는 서점연합회의 자료가 서점의 절실한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 서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책을 볼 수 있도록 매장 오픈때부터 지금까지 의자를 배치하고 있다"며 "그곳은 잠깐씩 쉬어 가는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아예 무료로 책을 보는 공간으로 인식돼 어린이 고객들의 경우 포장된 책을 함부로 벗겨내고 침을 묻혀 책을 보는 사례가 빈번해 하루에 10여권 이상의 파본이 발생한다"며 서점을 이용하는 고객의 에티켓과 무엇보다 어린이 고객들에 대한 부모의 지도를 당부했다.
갖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한길서림은 지역의 부족한 문화공간 확충과 주민의 지적욕구 충족을 위한 공간의 선두주자라는 자긍심을 갖고 운영해왔다. 인터넷의 파고가 높고 거칠어도 주민의 사랑과 노력으로 슬기롭게 헤쳐 갈 것을 다짐하고 있는 이곳 한길서림은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장소만이 아니고 오가는 주민들의 쉼터, 만남의 장소로 주민들과 친숙해져 있다.
지금도 다른 군 지역에 뒤지지 않는 규모와 도서수를 자랑하는 이곳이 건강하게 사업을 지탱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도 애정 어린 관심을 기울려야 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문화적 욕구충족과 지적 자위 그리고 소비의 미혹을 맛보게 해 주는 영광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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