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일 군수 비상출근 정위치·불 꺼진 부군수실과 대조 … 장영진 군의원도 의회에 모습
바깥 날씨가 을씨년스러웠다. 씻고 TV를 보며 잠자리에 들으려던 10시30분 전후 만지작거리던 휴대폰 포털에 ‘대통령 담화’ 제목이 올라와 있다.
TV채널을 돌려 뉴스 전문방송을 트니 화면에 나온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이야기 한다. 웬 뚱딴지같은 소리지, 흘러 넘겼다. 짧디 짧은 순간이었지만 뭐지라는 생각이었다. 다시 확인해 보니 이건 사실이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한 선배에게 전화하니 깜짝 놀란다. 늦은 시간, 전화했으니 당연했으리라. “형님, 뉴스 보셨습니까?” “무슨 뉴스?” 모르고 있었다. “윤땡땡이가 비상계엄 선포했습니다.” “뭐?” 전화를 끊었다.
친구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늦게 미안한데 뉴스 봤어?” “무슨 뉴스?” 모르고 있었다. 레코드를 반복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군청 상황은 어떨까? 10시50분쯤 도착한 군청은 조용했다. 정문 당직실과 야근중인 3층 농업유통과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다.
당직실에서는 근무자들이 비상상황을 인지한 듯 관련부서와 간부공무원들에게 상황을 보고하는 중이었다.
11시 조금 넘어 2층 총무과 사무실에 불이 켜졌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한 동향담당 주무관이 가장 먼저 귀청한 것이다. 그 사이 농민단체 한 간부도 군청에 왔다. 군부대를 살펴본 그 선배는 “특별한 동향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11시15분경 장영진 군의원과 의회사무과장, 의정팀 주무관이 군청에 모습을 나타냈다. 마음 같아서는 초유의 사태에 의회 의원들이 출근해 철야 비상농성이라도 벌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군청 주변은 우체국 앞 사거리 일대 상가와 점멸되고 있는 신호등 불빛만이 어둠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을씨년스러운 한기를 쫓아내고 있다. 평시처럼 경찰서는 청사 입구와 2층 상황실 그리고 교육지원청 뒤쪽으로 보이는 영광대교회 성탄트리가 불 밝히고 있지만 관가 주변은 고요한 정적만이 온통 자리잡고 있다.
11시40분경 군청 종합민원실 쪽에서 바라본 본관 2층 군수실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확인해 보니 장세일 군수가 비상출근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후 몇몇 간부들도 출근해 자리를 지키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당직실 TV에서는 계속해서 국회의 급박한 상황이 송출되고 있다.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본관 앞에서 국회 관계자, 시민들과 대치하다 창문을 깨고 건물로 들어섰다. 잠시 후 본관 건물 내부로 진입했고 중간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장면이 보인다.
본회의장 내에서는 아직 회의가 시작되지 않고 있다. 저러다 군인들이 본회의장에 먼저 진입하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 엄습한다.
계엄사령관 포고령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게 ‘국회 활동 금지’였다. 법률상 국회가 계엄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데 국회 활동 금지를 선언했다는 것은 초법적으로 계엄을 실시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시간과의 싸움이다. 본회의장에 계엄군이 먼저 들이닥칠 것인가 아니면 의원 성원을 채워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이 먼저 채택될 것인가.
민주주의가 완결체이기 보다는 역사속 진행형이라지만 어떻게 이룩한 민주화인데, 지난했던 민주화 과정이 스치며 우리 민주주의의 현주소가 이렇게 취약한가라는 자괴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촌각을 다투던 시간은 그렇게 흘러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채택을 알리는 국회의장의 의사봉 3회 타봉소리가 새벽을 깨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