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의 암흑이자 오점, 간신과 탐관
수천 년 중국사, 특히 전제 왕조체제를 축으로 한 역사에서 나라와 백성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 부정적인 역할을 했던 존재 내지 부류들이 있다. 이 부류는 우리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군주로서 어리석고 포악했던 혼군昏君과 폭군暴君 그리고 이 권력자라는 숙주에 기생한 간신과 탐관이 그 세부류이다.
이 세개의 축은 아주 단단히 얽혀서 나라와 백성을 좀 먹고 사회의 기풍을 타락시켰다. 심지어 나라를 망치고 망하게 했다.
이 세부류는 수천 년 동안 단 한번도 박멸된 적이 없고 국민이 주인인 민주 사회인 지금도 그 위세를 사납게 떨치고 있다. 요컨대 무엇보다 심각하고 부정적인 역사현상으로서 여전히 우리와 우리 사회 그리고 나라에 아주 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
필자는 10여년 전부터 이 세개의 축을 이루는 부류들 중 간신에 주목하여 글을 쓰고 책을 낸 바 있다. <간신론>을 비롯해 <간신전>, <간신학>으로 이어지는 ‘간신 3부작’이 그 결과물이었다.
이제 이 작업에 이어 간신 부류 중에서도 특히 탐욕스러웠던 ‘탐관오리’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역사상 모든 간신은 단 하나의 예외 없이 모두 탐관이기도 했다. 물론 모든 탐관이 모두 간신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간신이었고 또 간신이나 혼군과 단단히 연결되어 있었다.
간신도 종류와 등급이 있듯이 탐관오리 역시 종류와 등급이 있다. 거물급 간신이라 할 수 있는 거간巨奸 밑으로 대·중·소간이 있듯이 큰 탐관오리 밑으로도 크고 작은 탐관오리들이 있었다. 또 탐욕을 채우는 수단과 방식도 다양했다. 가장 큰 문제는 크든 작든 공직에 있는 이들의 행위가 백성, 사회, 나라에 지극히 나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제 중국 역대 거물급 탐관들의 행적, 그 수법, 끼친 영향, 방비책 등을 살피고자 한다. 이 글이 국민의 세금으로 살고 있는 우리 공직자들에게 작으나마 경고의 역할을 하고 나아가 우리 공직사회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인간 말종이자 패류, 탐관
“재물을 자랑하는 것을 탐貪이라 하고, 벼슬을 더럽히는 것을 묵墨이라 한다.”(《책부원귀冊府元龜》 권307 <외척부外戚部> ‘탐묵서貪墨序’)
벼슬을 하면서 탐욕을 부리고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기대어 옳지 않은 각종 경제적 이익을 갈취해 중국 역사상 ‘탐인패류貪人敗類’로 욕을 먹는 자를 ‘탐관’이라 한다. 탐인패류는 ‘탐욕스럽게 나라를 망치는 부류’라는 뜻으로 출처는 《시경詩經》 <대아大雅> ‘상유桑柔’이다.
탐관은 역사상 백성들이 이를 갈고 의식 있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배척하고 공격해온 자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징계와 징벌 조치가 끊임없이 대량으로 취해져 왔다.
그럼에도 탐관은 징벌을 받고도 끊임없이 생산됐고 심지어 시간이 갈수록 많아졌다. 그에 따라 탐욕스러운 배도 점점 더 불러만 갔다.
그들은 재물을 탐내는 탐재貪財, 권력을 탐하는 탐권貪權, 자리에 침을 흘리는 탐위貪位, 색을 밝히는 탐색貪色으로 무장하여 온갖 향락을 누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극단까지 이용했다.
이들에게 매관매직과 뇌물, 백성들에 대한 착취는 기본이었고 심지어 외국과 내통하여 사사로운 이익을 꾀했다. 이런저런 사업을 벌여 나라의 곳간을 훔쳤다.
나라를 욕보이고 정치를 망치고 백성과 산업을 해침으로써 정치와 경제의 발전에 엄중한 장애가 되고 결국은 ‘역사의 공해公害’가 되었다.
중국 역사를 종횡으로 살피면 각종 탐관은 보편적으로 존재했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왜 이럴까? 이 역사현상을 본질적으로 인식하거나 본질적 인식에 접근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역사를 거울삼아 경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탐관의 모순된 운동규칙을 탐구하는데 있는 힘을 다해서 역사상 탐관에 대한 과학적인 해설과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기초로 역사상 탐관들의 진면목을 재현함으로써 독초를 베어서 비료로 삼고 어제의 역사를 통해 오늘과 내일을 위한 큰길로 안내하는 푸른 신호등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역사 기록을 보면 탐관은 개미만큼이나 많았다. 춘추전국 시대로부터 청이 망하는 순간까지 무려 2,500년 이상 끊이지 않고 등장했다. 이 시기는 탐관이 널리 퍼져나간 과정이었다.
정치·경제·군사·문화·외교 등 모든 방면에서 설쳤던 탐관은 역사상 탐관의 활동 범위가 얼마나 넓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위로는 재상급으로부터 아래로 말단 관리까지 모든 직급에 분포하고 있는 탐관은 그들이 사회를 얼마나 깊고 넓게 침식했는지를 보여준다.
탐관의 실체를 해부하고 그 추악한 본질을 폭로한다
역사상의 탐관을 총체적으로 관찰하면 그 해악이 한도 끝도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지극히 불량하고 부정적인 현상을 정확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역사 기록에 근거해 그 자들이 어떻게 관료판에 진입해 탐관의 길을 걷고 그 과정에서 역사에 얼마나 침중한 해악을 끼치다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동시에 역사적 배경을 결합해 그들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 조건과 사회적 기초를 밝히는 한편 적절한 분석과 비판을 함께 가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역사상 모든 탐관의 얼굴을 햇빛 아래 다시 드러내어 그 진면목을 완전하게 재현함으로써 탐관의 추악한 영혼에 마땅한 채찍질을 가하고 역사의 심판을 통해 역사의 치욕스러운 기둥에 영원히 못 박아야 한다.
이성의 인식은 감성이란 재료의 누적으로부터 나온다. 탐관의 원형을 해부하고 폭로할 때 필요한 요소는 이렇다.

첫째, 역대 탐관들이 뇌물과 장물을 탐하는 수단과 그 표현 방식을 드러내야 한다.
둘째, 탐관들이 역사에 끼친 해악들을 폭로해야 한다.
셋째, 탐관의 발생과 그 존재를 뒷받침했던 역사적 원인과 사회적 기초를 탐구하고 분석해야 한다.
넷째, 이를 통해 탐관의 본질적 특징, 역대 통치자가 어떻게 탐관을 징계하고 징벌했는지, 역사적으로 탐관이 언제 출현했는가 등등의 문제에 대한 초보적 인식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본 연재는 이 네 문제를 중심으로 이 문제들에 대한 관점을 설명하는 한편, 이 문제가 반영하고 있는 또 다른 문제와 내용들을 머리말로 삼아 몇 차례 서술한 다음 역대 탐관오리들의 면면을 낱낱이 살펴보고자 한다. 뜻있는 <영광21> 구독자 여러분들의 격려와 비판을 기대하는 바이다.
김영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