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뻘뻘 흘리며 올랐더니 ‘모악산’이네
땀 뻘뻘 흘리며 올랐더니 ‘모악산’이네
  • 영광21
  • 승인 2025.04.1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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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갑산 ‘모악산’ 표지석에 두손 놓고 있는 영광군
철거요청 함평군 묵묵부답에 ‘답 없다(?) … 영광군, 새로운 수장 왔는데 뭐하나

 

유명 TV홈쇼핑 방송에서 금반지라고 해 구입한 물건을 받아보니 외형만 금으로 도금됐다면 어떤 기분일까.
“날씨도 풀려 영광에 가 불갑산을 등산했더니 정상에 ‘모악산’이라고 돼 있는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지난 주말 불갑산을 찾은 외지 지인이 걸어 온 한통의 전화였다. 
지난 2023년 10월31일 함평군 사회단체에서 헬기를 동원해 기습적으로 설치한 불갑산 정상의 모악산 표지석 철거여부가 뚜렷한 해법 없이 유야무야 흐지부지 되는 모양새다. 현상만으로 보면 영광군이 아무런 후속조치도 하지 않아 함평군의 주장인 ‘모악산’ 지명을 용인하는 모양새다.  


‘불갑산’의 ‘모악산’ 명칭 변경 논란은 22년 12월 전남도의회에서 함평군 출신 M도의원의 5분 발언으로 촉발됐다. 
불갑산 정상인 연실봉의 평지부분은 영광군과 함평군의 경계로 양측이 모두 일정 부분을 공유하지만 ‘모악산’ 표지석이 설치된 부지는 함평군민 개인소유다. 
22년 12월 처음 논란이 제기되자 당시 강종만 전군수는 “우리군 입장을 확실하게 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담당부서에 지시했다. 
그런 와중에 23년 6월 함평군이 전남도 지명위원회에 불갑산 명칭 변경 요청서를 제출하며 공론화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2달여 뒤 ‘모악산과 불갑산의 지명유래에 대한 역사고증과 근거 문헌 조사’를 이유로 함평군이 자진 철회했다. 함평군은 이후 이와 관련한 아무런 후속조치도 없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23년 10월 함평군 사회단체가 헬기를 동원해 연실봉에 ‘모악산’ 표지석을 설치한 것이다.  
영광군은 ‘모악산’ 표지석이 설치된 이후 함평군에 철거 협조요청 공문을 수차례 송부했지만 답변은 깜깜 무소식이다. 가장 최근은 군수가 부재하던 지난해 7월이었다.  
영광군 관계자는 “행정구역상 함평군 소유 부지이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마땅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행정단위가 벽에 부딪혔다면 지역정치인들이 정치력을 발휘해 문제해결에 나서야 주장이 이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정치권에서는 관심 밖 사안으로 보여진다.  
‘모악산’ 표지석 설치에 앞서 연실봉에는 ‘연실봉 516m’라는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다. 지난 1997년경 영광군이 설치했다. 표지석에는 영광군이나 함평군 명의가 없다. 


당시 불갑면에 근무했던 공무원은 “부지 소유의 개념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단지 전국에서 찾는 등산객들에게 불갑산의 정상임을 알리는 차원에서 설치했었다”고 증언한다.  
한편 불갑산도립공원 지정은 지난 2015년 영광군 주도로 시작돼 함평군이 16년 도립공원 지정 타당성조사 중간보고회 과정까지 같이 동참했다. 그러나 도립공원 지정에 다른 주변 개발계획 등이 불가능할 것을 우려한 함평주민들의 반발로 발을 빼 현재는 영광군 관할지역만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이로 인해 ‘함평인의 정기, 여기에서 발원되다’는 ‘모악산’ 표지석 설치는 “상생보다는 이익만 취한다”며 이율배반적인 행위라는 비판이 확산돼 있다. 
외지 상춘객들이 몰리는 새봄을 맞아 연실봉을 오를 수 있는 장세일 군수, 군의원, 공직자들은 ‘모악산’ 표지석을 보며 과연 무엇을 생각할지 주민들은 깊은 자괴감을 가지고 바라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