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잔류물질검사 제대로 돼야
칼럼 -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잔류물질검사 제대로 돼야
  • 영광21
  • 승인 2006.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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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석 / 본지 편집인
20세기 의학 발전의 눈부신 성과중의 하나는 항생제의 발명이다. 항생제는 한때 '기적의 약' 또는 '마법의 탄환'이라고 불리면서 최고의 주가를 누렸다. 왜냐하면 항생제는 사람이나 동물의 세포에는 특별한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만을 선택적으로 죽인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항생제를 발명하고 나서 인류는 머잖아 모든 감염성질환을 완전히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원대한 꿈에 부풀어 있었다. 또 가축과 어류의 사료에 첨가된 항생제는 발육과 성장의 촉진으로 인류의 이익에 막대한 이바지를 했다.

그러나 인류의 모든 질병을 치료해주리라 철저히 믿었던 항생제에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다. 내성균의 출현이 바로 그것이다. 심지어 어떠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발견되고,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면역력이 약한 환자의 경우에는 패혈증으로 사망하기까지 하였다.

근래 자주 거론되는 항생제의 오ㆍ남용이 내성균을 증가하게 한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무분별한 항생제의 오ㆍ남용이 우리를 둘러싼 환경 전체를 오염시켰기 때문에 내성균이 증가하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는 급기야 세계 각국 정부와 힘을 합하여 내성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식약청이 주관부처가 되어 '국가항생제 내성안전관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농림부, 해양수산부, 국민건강보험공단, 항생제 내성 균주은행, 20개 대학종합병원 및 8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을 총망라하여 연계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야심찬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강한 의구심을 심어준 사건이 있었다. 농림부가 2005년 6월 발표한 <국내산 식육의 잔류물질 검사실적>에 관한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축ㆍ수산물의 연간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1,400여 톤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데 반해 국내의 위반율이 미국의 위반율인 0.75%(소 0.77%, 돼지 0.29%)보다 훨씬 낮은 수준인 0.25%(소 0.39% 돼지 0.29%)로 발표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나타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가지 객관적인 정황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낮게 나올 수가 없어서 국내의 잔류물질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항생제 사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비해 위반율은 반비례하여 세계 최저수준이라고 하면 과학적인 설명이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런 결과에 국민들은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조사에는 다른 나라에서 당연히 포함시키는 많은 항목들을 누락시켰다. 게다가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는 잔류물질검사의 시료로 간, 신장 등을 근육과 함께 사용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근육만을 대상으로 검사를 한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항생제 내성문제가 날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잔류물질검사에 보다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란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