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전제품을 고쳐드립니다"
"모든 가전제품을 고쳐드립니다"
  • 박청
  • 승인 2003.03.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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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릴레이 - 서 병 록<묘량면 삼효리>
겨울이 가고 봄이 어렴풋이 왔는데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꽃망울 머금으려던 개나리의 가냘픈 어깨를 흔든다.

서병록(55)씨. 그는 농업에 종사하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처녀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해오던 부인으로 인해 7년 전부터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새마을지도자를 올해로 22년 동안 해오면서 농사일을 하다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아버지를 군대 제대 후부터 막내아들인 병록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논이나 밭으로 엎고 다니며 농사일 돌아가는 모습을 보게 했다.

논이나 밭으로 업고 다니며 농사일 돌아가는 모습을 보게 했다. 아버지가 원하는 곳마다 경로당이든 면소재지든 그는 엎고 다녔다.

지금처럼 휠체어가 있는 시대가 아니어서 엎고 다니다보니 더욱 아버지와 가까워졌다. 10여년 동안 중풍으로 고생을 하던 그런 아버지가 10년 전에 작고했단다.

서병록씨는 동네에서는 전자제품 기술자로 통한다. 조금 알고 있는 지식으로 각 가정에서 가전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그를 부른다.

한번도 거절하지 않고 달려가는 그는 늘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간다. 사는 재미를 그런데서 찾곤 한다.

동네 사람들의 애로사항으로 알고 그 애로를 덜어 주는 차원에서 시작했던 것이 이젠 응당 그가 할 것으로 사람들은 안다.

자기 자신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고 했어도 주민들은 그의 행동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래서 효자상을 몇 번 받았고 부인 역시 효부상을 받았는데 이들 부부는 지금도 아쉬움이 가슴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어 가끔 긴 한숨을 쉬곤 한다.

부모님이 생존해 있을 때 맏형 둘째형이 세상을 떠났다. 두 형의 사망을 바라보던 부모가 식음을 전폐하고 좌절에 휩싸였을 때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는데 그것이 가슴 밑바닥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는 거짓없이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동네 아주머니가 말한다. 정직하고 청백하게 살기에 마음은 항상 편하단다.

별명이 있다. 초등학교 때 붙은 별명이 '송아지'였는데 지금도 친구들은 그 별명을 곧잘 부른다. 아마 뚝심이 있어서 붙여진 것 같다.

지역에서 가전제품을 고쳐주고 나올 때 마음이 흐뭇하단다. 상대가 참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자심도 모르게 즐겁단다.

그리고 그는 후배들이 그릇된 생각을 갖고 사는 모습을 보면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