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 박찬석 / 본지편집인

우리가 지난 대선에서 비주류 고졸 출신이면서 국회의원 낙선자인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노무현이란 사람이 뭔가 바꾸어 주리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래서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까지의 과정 자체가 엄청난 긴장과 반전과 흥미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는 국민들에게 때로는 색다른 긴장감을 주면서, 때로는 신선한 기쁨을 주면서 정치를 그런대로 재미있게 만들었다.
어떤 대통령이나 집권 초에는 파격적인 변화를 추구하지만 그중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 각료 인사와 정치권력의 분권이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많은 변화를 통해 우리 정치를 바꾸어 나가려 했던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그의 입에서 제발 엉뚱한 말이나 나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초기에 정치가 재미있었던 것은 첫 장관 임명에서 강금실 법무, 이창동 문화관광, 김두관 행정자치, 허성관 해양수산 등 과거의 인사관행을 과감히 탈피하여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과 청와대 참모진에도 문재인, 정찬용, 박주현, 송경희 등 지방출신이나 신인들을 대거 배치한 것이라고 하겠다.
또한 집권 1년차에는 권력의 분권, 구체적으로 보자면 검찰의 독립이 화두였던 것 같다. 대통령이 평검사들과 TV 생중계로 아슬아슬한 토론을 벌여 소위 '검란'을 잠재우기도 했고, 이어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소신있는 강력한 수사로 '차떼기'의 전모가 드러나기도 했다.
집권 2년차에는 단연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정치판을 휘저었다. 또한 대통령 탄핵으로 대규모의 자발적 촛불 시위가 이루어졌으며 총선에서 신생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등 정치지형의 변화를 이루어 내었다.
그런데 참으로 당혹스럽게도 참여정부 3년이 지난 지금 다시 재미없는 정치의 시대가 된 듯하다. 정부나 청와대의 참신한 인사들은 이미 거의가 물러난 지 오래이며, 정치의 변화는 이미 멈추어진 듯하다.
재미없는 정치는 희망이 사라진 정치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재미에 힘든지조차 모르고 뛰던 사람들이 많았다. 대통령이 다수 정치권력에 의해 탄핵되었을 때도 국민의 힘으로 탄핵 세력들을 심판해서 더 나은 사회를 이루게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열린우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재미있고 신명이 났다. 그러나 이제 재미도 없고, 신명도 안 난다. 그때 우리가 왜 그 난리를 겪어가면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았는지, 왜 그토록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는지의 기억마저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다. 못내 안타깝고 딱할 따름이다.
정치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치가 변화와 개혁에 대한 희망을 주고 감동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돌발적인 발언이나 썰렁함의 극치를 이루는 엉뚱한 행동은 국민들에게 재미를 주기는커녕 짜증만 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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