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자식 뒷바라지를 조금 더 해야 된당께”
“아직은 자식 뒷바라지를 조금 더 해야 된당께”
  • 박은정
  • 승인 2006.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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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년 중매인<법성면>
아직 봄이 왔다고 들뜨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이기는 하지만 벌써 사람들 마음에는 눈도 많이 내리고 추웠던 지난 겨울을 보내고 싶은 기다림의 봄꽃이 활짝 피고 있다.

통통하게 살찐 갈매기들의 날개짓이 유난히도 힘차 보이는 법성포항. 그곳에서 갓 잡아온 생선이랑 말린 생선들을 팔고 있는 한 어머니를 만났다.

그가 바로 영광군수협 법성지점에서 10여년간 중매인을 하고 있는 최양년(63)씨. 최 씨는 아침 햇살이 수줍은 얼굴을 내밀기 전인 이른 새벽부터 오전까지 법성포항에서 생선을 오랫동안 팔아오고 있다.

홍농이 고향인 그는 21살 되던 해 3년 연상의 남편을 만나 결혼해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하지만 최 씨는 남편의 외도로 사별도 이혼도 아닌 헤어짐으로 36년간을 홀로 지내며 생선 행상을 비롯한 온갖 궂을 일은 해 왔다.

또 1남3녀의 외며느리인 그는 남편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시부모를 돌아가시기 전까지 정성껏 모셔 주위에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이처럼 결혼해서부터 지금까지 밖으로만 도는 남편의 차디찬 외면속에서도 자식 뒷바라지와 시부모 공양을 게을리 하지 않은 최 씨는 경매가 날마다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한달에 한두번 이뤄지는 관계로 평소에는 생선을 팔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최 씨는 “생선을 팔기 위해 남자 중매인들에게 물건을 부탁하노라면 혼자 살아서인지 주변에서 괄시와 괜한 오해도 많이 받고 어려움이 참 많았었다”며

“내가 팔 물건도 구입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물건을 연결해 주기 위한 이런저런 이유로 직접 중매인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영광군수협에는 70여명의 중매인이 활동하고 있는데 여성 중매인은 단 4명뿐이다. 그 중에서도 최 씨가 제일 오래된 고참이고 최고 연장자다.

그의 경매인 번호는 25번.
오랜 세월동안 고생하며 지내다 늦은 나이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최 씨. 그는 60세를 훌쩍 넘은 나이에도 건강한 활동을 하고 있었으며 이런 그의 모습은 시련의 고비마다 주저앉아 좌절하고 한탄하는 세태의 나약함에 죄송스런 반성을 남겼다.

“막내까지 다 여웠지만 자식들 키우며 애쓰는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태주려면 아직은 조금 더 일을 해야 된당께”라며 하던 일을 계속 잇는 최 씨.

그는 겨울을 이기고 피는 꽃 인동초와 같이 지나온 과거의 쓰라린 아픔속에서 행복의 꽃을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피워내고 있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