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편경로당<군남>
가로수처럼 길게 늘어선 소나무가 멋스러움을 풍기고 있는 내천뚝을 지나 도착한 군남면 동간1리 동편마을. 마을을 조금 못 가 만난 수령이 약 300년 정도 되는 아름드리 느티나무의 위풍당당한 자태는 마을의 역사를 가늠하게 했다.
1975년 설립돼 3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동편경로당(회장 정상수 사진)은 남자 어르신 17명과 여자 어르신 38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활동하고 있다.
다른 경로당보다 훨씬 넓게 자리한 마루를 지나 들어선 방에는 80세와 90세를 넘긴 고령의 여자 어르신들이 두터운 솜이불에 꽁꽁 얼은 외로움을 의지하고 있었다. “여자 회원이 더 많고 나이도 더 많아 안방을 내주었다”는 남자 어르신들은 바로 옆방을 이용하고 있었다.
유난히도 넓은 경로당 마루는 결혼식이나 회갑, 고희연 등 마을의 경사가 치러지며 강당 역할 또한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또 이곳은 10여년전 농촌지도소(현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통해 마련된 체력단련실이 마련돼 있지만 어르신들이 연로한 탓에 운동기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있다.
이곳도 여느 경로당과 마찬가지로 가을걷이가 끝나면 집집마다 조금씩 쌀을 모아 농한기에는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고 있었으며 어쩌면 부족한 것이 더 많은 상황속에서도 부족함을 토로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여유를 찾으려는 인자한 넉넉함으로 농번기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있었다.
동편경로당이 위치한 이 마을 중앙에는 중요민속자료 제234호인 영광 연안김씨종택이 자리하고 있다.
16세기 중엽 연안김씨 직강공파 4대손인 김 영이 영광군수로 부임하는 숙부를 따라 와서 정착했던 이곳은 풍수지리상 매화꽃이 떨어지는 형국 또는 학 형국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길지(吉地)에 넓게 자리잡은 북향집으로 연안김씨 종가집이다.
이 고택은 정양순(86) 할머니가 쓸쓸히 지키며 간혹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안내를 돕고 있다.
정상수 회장(81)은 “동편마을은 본래 영광군 외간면의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오강리 서변리 동변리 장고리 일부와 남죽면의 마읍리 일부지역을 병합해 동변과 외간면의 이름을 따서 '동간리'라 했다”며
“우리 마을은 예로부터 웃어른을 공경하고 예절을 잘 지키며 서로 도와가면서 오순도순 살고 있다"고 마을유래와 인심을 자랑했다.
"종종 객지에 사는 자녀들이 고향을 방문할 때는 넘치는 융숭한 대접은 아닐지라도 소박한 정성을 담은 음식이나 물건 등을 전달하고 돌아간다"며 흐뭇한 이야기를 전하는 마을 어르신들.
그들의 욕심없는 평화로움이 오래가길 희망하며 취재 후 둘러본 연안김씨종택의 고풍스런 아름다움속에 마을의 어르신들의 건강도 함께 기원했다.
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