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문제는 우리사회의 그늘 … 국민들의 정치갈등 풀어줘야

‘현장밀착정치’, ‘르포국감’, ‘A/S정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의정활동을 가리키는 말들이다.
그는 16대 국회에 초선으로 입성후 국정감사 때마다 발로 뛰는 현장보고서를 바탕으로 자료와 이론적인 문제제기가 아닌 살아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 의원의 생생한 현장보고서는 국정감사 때마다 그를 우수의원으로 만들었고 여야의원들의 찬사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정쟁이 아닌 정책 중심으로 하되 현장중심으로’라는 원칙을 지키며 만들어온 그의 현장보고서가 올해로 5번째를 맞이했다.
그동안 이 의원이 만든 보고서는 <2003년 4개 원전 인근 지역 현지르포>, <2004년 고속철도 개선을 위한 현장보고>, <2005년 수도권 임대주택 실태보고>와 <이용자의 눈으로 본 인천국제공항>으로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번 5편째 보고서는 그동안의 보고서와는 달리 무엇인가 특별함이 숨어있다.
이번에 나온 보고서는 <노숙인의 겨울나기 현장보고서 '서울역 사람들'>로 국정감사 기간도 아니고 그가 속해있는 건설교통위원회의 소관이 아닌 노숙자 문제가 그 특별함인 것이다.
이 특별함의 의문을 풀고, 이낙연식 현장정치의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일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 이번 '서울역 사람들'의 경우 소속돼 있는 건설교통위원회와 사실 상관이 없는 보고서인데, 노숙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 노숙인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가장 새롭고 가장 어두운 그늘이다. IMF 이후의 현상이니까 10년이 안됐다.
이처럼 역사가 길지 않으니까, 뿌리가 더 깊게 박히기 전에 고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집중적인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2004년 겨울에는 직접 노숙인 무료급식소에 가서 길바닥에서 노숙인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도 했고, 가족 전원이 무료급식소에서 노숙인들에게 급식을 해준 적도 있었다.
노숙인 문제는 건교위 소관이 아니지만 르포를 꼭 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국정감사를 하는 정기국회를 피해서 이번에 현장취재를 하게 된 것이다.
● 그동안 발표했던 현장보고서는 언론의 주목을 끄는 등 반응이 아주 좋았다. 이번 보고서도 기자들 사이에서 조차 글도 깔끔하고,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노숙인의 실태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짤짤이’에서 ‘꼬지’까지 노숙인의 사는 법이라든가, 노숙인들의 상처와 외로움 같은 것은 새롭고 의미있는 보고였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노숙인 관련 자료는 통계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다. 통계는 통계 나름의 의미를 갖지만 체온이 느껴지는 자료는 아니다.
이번 보고서는 부족한 것도 많지만 그래도 체온이 느껴지는 대목을 꽤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들로부터 인사를 겸한 칭찬을 몇번 들었는데 고맙게 생각한다.
● 지난해 12월 정부가 호남의 폭설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 직후에는 폭설피해 현장의 문제점을 다시 발표함으로써 르포국감에 이어 ‘애프터서비스’정치라는 말까지 만들었는데
= 그렇다. 국회나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고 발표해도 현장에서는 그 발표와 많은 괴리가 생기곤 한다.
폭설 때도 스스로의 노력을 해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게 했는데, 그 직후에 폭설피해 현장을 돌아보니깐 정부의 발표와는 많은 차이점이 있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이나 미흡한 점을 정리해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 정책을 완성하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판단에서 특별재난지역 선포이후에 현장을 취재해 정리·보고했다. 그것을 인터넷신문이 ‘애프터서비스’라고 평가해 주었다. 또한 주민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었다.
한 지방신문은 ‘피해주민의 눈물을 닦아주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연한 일을 한건데 좋게 평가해 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
● 그동안 발표한 현장보고서에서 주로 어떤 문제를 지적했고, 어떤 대안을 제시했는지 몇 가지만 간추려달라
= 2003년 원전주변지역 르포에서는 원전주변지역 주민들의 삶과 주변지역의 활력 유무가 원전정책의 성패를 말해주는 척도라고 결론지었다.
최근에 발전소주변지역지원법을 개정해 지원금을 영광이 연간 39억원에서 178억원으로 크게 늘어났고, 지방세법을 개정해 영광은 연간 136억원의 원전개발세를 새로 지원받게 된데도 그런 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2004년 KTX 르포로 호남선 KTX요금이 내렸고, KTX안에서 도시락을 팔게 됐다. 그리고 2005년 임대주택 보고서에 따라 임대료를 소득수준별로 차등부과하기로 했고, 거동 불편자를 낮은 층에 배정해 편의를 돕기로 정책을 바꿨다.
● 총 5편의 현장보고서 가운데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현장보고서는 어떤 것을 꼽겠는가
= 2003년 원전주변지역 보고서와 이번에 내놓은 노숙인 르포에 애착이 많이 간다. 원전주변지역 보고서가 새로운 원전정책을 통해 원전이 지역사회에 동화되고 수용되게 하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됐다면 좋겠다. 이번 노숙인 보고서는 노숙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없애고 노숙인들을 사회가 품어 안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 이렇게 많은 현장보고서를 펴낸 배경에는 기자 출신이라는 전문적인 특성도 작용했을 것 같다. 특별히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 역시 기자 출신이기 때문에 현장을 중시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에 들어와 보니 현장이 실종되는 경우가 많았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하부로부터 올라오는 자료를 근거로 정책을 입안하고,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언론은 삶의 현장에 관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파고드는 노력이 미흡한 경우가 없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그늘에 가려진, 또는 덜 알려진 구체적 주제를 정해 현장조사를 하고 르포형식으로 발표해 사회의 관심을 환기하고 정부의 정책수립에 참고가 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밀착형 정치야말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치방식이다. 이런 정치방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많은 국민들이 이러한 현장밀착 정치를 원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중정치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 일본 같은 경우에는 의원들이 금요일에 지역에 내려가 화요일에 돌아온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우리 국민들은 여의도 정치에 매몰돼 있다.
그 결과 국민들은 정치인과의 관계에서 갈증과 거리감을 느낀다. 이제 우리 모든 국회의원들은 현장속으로 깊이 들어가 국민들의 정치 갈증을 풀어줘야 한다.
영광21 / 여의도통신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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