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당골칭찬릴레이 <이강로 / 대마면>

자기의 인생이 그대로 얼굴에 묻어난다는 40대. 그 40에다 40을 더한 80년이란 세월을 더 살아온 이강로(82) 어르신. 그 어르신은 개인의 인생을 떠나 한 세기의 역사를 함께 짊어지고 있었다.
대마면 송죽리 송촌마을에 살고 있는 어르신은 바로 옆 월산마을에서 태어나 6·25가 일어난 해 봄에 이곳으로 이주해 와 60년 가까운 세월을 살고 있다.
예전 어르신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어려운 환경에서 겨우 초등학교만 마친 어르신은 독학으로 면서기 시험을 치러 합격했다.
그러나 전쟁을 치르며 다시 공직생활 입문이 어려워졌고 그는 경찰 시험에 도전, 합격해 광주의 파출소에서 3년간 근무를 했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귀향해 다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렇게 면서기부터 시작한 그의 공직생활은 차례차례 계단을 오르듯 승진해 면장을 지내다 퇴임했다.
퇴임후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범한 농군으로 생활한 그는 마을주민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애써 왔으며 특히 가정이 어려운 이웃들에 대해 관심을 늘 기울여왔다.
또 어르신은 10여년전 마을노인회를 창립해 고령화된 농촌어르신들의 권익증진에 앞장서며 지금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이렇게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의 선봉자 역할을 담당해 온 어르신은 얼마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라며 쌀 한가마를 면사무소에 기증했다.
많은 양의 쌀도 아니고 쌀 한가마니를 이웃에 전달한 일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하겠지만 점점 인정이 메말라가고 철저한 개인주의가 난무하는 요즘 세상에 살 한톨이라도 나눌 수 있는 그 정이 고마운 것.
주변과 나누려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천석꾼 만석꾼이면 무엇하겠는가. 어쩌면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그런 나이에 어르신이 보여준 이웃사랑이라 더욱 귀감이 되고 있었다.
대마면사무소의 한 직원은 “어르신은 아직 몸이 건강하셔서 면사무소 출입을 자주 하는 편이시고 오실 때마다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없냐고 물어보신다”며
“연로한 나이에 당신 생활 챙기기도 어려우실텐데 이웃에 대한 안부를 늘 걱정하는 모습은 일상에 쫓기고 척박한 세상에 시달리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여유의 미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르게 정직하게 살자’라는 인생의 지표아래 도덕과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성실한 인생을 살아온 어르신.
그는 황혼의 끝자락에서도 마을주민간의 화합에 앞장서며 어려운 이웃을 향한 고운 정을 끝없이 나누려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