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한날 한시에 죽는 것이 소원”
“아들과 한날 한시에 죽는 것이 소원”
  • 박은정
  • 승인 2006.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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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춘자<군남면>
“아무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데 뭣 하러와, 창피하니까 오지마”라며 방문을 거절하는 한 어머니의 집을 찾아 군남면 양덕리에 도착했다.

조금전 퉁명스런 전화통화와는 달리 얼굴가득 함박 웃음을 띠고 맞이하는 강춘자(70)씨는 당신이 직접 농사지은 딸기를 바구니 하나 가득 내놓으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강진이 고향인 강 씨의 4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세월은 기막히고 기구했다. 남편의 외도로 초혼에 실패한 그는 딸셋을 남겨둔 채 딸이 하나 있는 현재의 남편과 34살에 재혼해 아들 하나를 두게 됐다.

3남3녀의 어려운 가정의 둘째며느리로 시집온 그는 혹독한 시부모 아래서 힘들게 임신을 했고 무리한 출산과정에서 아들은 뇌에 손상을 입게 돼 40세가 다된 지금까지 활동과 생각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으로 생활하고 있다.

“사람이 좋기만 하고 부모 뜻만 따르는 남편을 만나 안 해본 일이 없고 마음고생도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한숨 섞인 지난 세월을 밝힌 강 씨는

힘들게 장만한 1,600평의 땅에 고추 담배 등을 재배했고 알타리 등의 채소를 길러 직접 시장에 나가 행상을 하며 생활을 이어갔다.

그밖에도 소 돼지 염소 오리 등이 가축을 사육하며 여러번의 실패를 거듭하기도 한 그는 10년전 우연이 지인의 소개로 딸기재배를 시작해 황혼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600여평의 하우스에서 자식을 돌보듯 정성을 다해 딸기를 재배하는 강 씨는 지금은 영광읍 의 과일가게로 고정출하를 하고 있지만 재배초기에는 매일 수확을 해 군남시장에 내다 팔며 채소 행상에 이은 노점상을 하며 딸기농사를 지어왔다.

강 씨의 남편 조준현 씨는 “아내는 마음씨가 좋고 배려하는 마음이 깊으며 남을 도울 줄 아는 심성이 고운 사람이다”며

“아무 것도 없는 나를 만나 고생도 많이 하고 아들녀석이 몸이 불편해 나이 먹어서까지 마음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위로를 전했다.

“전기요금을 어떻게 감당하냐”며 어두운 새벽, 손전등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딸기를 수확하는 평생을 함께 한 반려자 남편과 요즘 한창 제철을 맞은 딸기 출하로 바쁜 강 씨.

부모의 도움과 손길 없이는 혼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장애아들과 “한날 한시에 죽는 것이 소원이라”는 눈물어린 그의 소원은 같은 여성,

같은 어머니로서 가슴 깊은 안타까움으로 전해졌다. 건네준 딸기가 유난히도 달고 싱싱한 것은 강 씨의 한 맺힌 인생과 아들의 장래를 염려하는 어머니의 진한 사랑이 녹아서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