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이낙연 국회의원께 드리는 말씀

그간에도 우리지역 출신 국회의원들께서 여러분 계셨지만 이 의원님만큼 국정의 한복판에서 맹활약하고 계신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근래 슬픈 현실 앞에서 가슴 저민 울분을 토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미 맞딱 뜨였습니다. 한때 우리의 형님들이 중동붐을 이야기하던 형제국가인 먼 이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육을 볼 때 우리 또한 그런 현실 앞에 직면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바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 말입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이 국제법을 어겼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언급하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왜 하필 전쟁의 참혹함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우리나라가 정식국교를 맺고 있는 이라크에 대해 군대를 파병해야 합니까?
세계가 미국을 상대로 당당히 '평화적 해결'을 당당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침략에 참가한 미국과 영국의 정부를 제외한 모든 세계인들이, 많은 국가들이 모두 이라크 침략을 규탄하고 있습니다. 역사의식이 없을 것으로 보이던 할리우드 스타들마저도 부시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너무나 잘 아실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 때문입니까? 자국을 방어하기조차 힘든 이라크인들의 피로 남북 간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까? 우리나라 헌법이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대를 보내는 것이 과연 국제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입니까?
대한민국 군대파병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는지 없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목적이 무엇보다도 이라크 석유 확보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의 전쟁은 식량보다도 에너지 부분에서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발생하기 전 이라크는 미사일을 폐기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수많은 민간인들의 피와 절규어린 아우성이었습니다. 이라크의 많은 국민들도 후세인의 철권통치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타국의 강압에 의한 주권회복에는 결단코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라크 침략을 동의하며 군대를 보내는 조건으로 남북 간의 평화가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은 참으로 천진난만한 생각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지난 22일 부시 정권 외교안보팀의 핵심브레인인 리차드 펄 국방위원장은 영국의
그렇다면 미래의 우리는 어느 정도 되겠습니까? 미군이 주둔해 있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불평등한 소파협정이 아직도 건재한 이 비통한 현실에서 과연 그들 눈에 대한민국이 들어오기나 하겠습니까? UN마저도 업신여기는 미국이 대한민국에게 감히 어떻게 할지는 눈에 선하다고 봅니다.
저는 국회의원의 역할은 국정활동이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역에 얼마나 더 자주 내려오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지역이나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위한 국정활동에 임하고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작지만 먼저 생각하려고 합니다.
국회, 동의안 거부해야 명분·실리 찾는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전 지지와 군대파병 발언을 진심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힘이 약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에서 나온 외교수사라고 봅니다. 뭇백성들도 '당당했던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이 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거대한 국가 앞에서 비통했을 대통령을 먼저 생각했을 것입니다.
때문에 시중에서는 대통령의 짊을 덜어주기 위해서 또 다른 헌법기관인 국회가 이를 거부한다면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고들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뭇백성들 말로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들 하더군요.
지난 25일 국회에서 군대 파병동의안이 투표가 연기된 것은 그나마 양심적인 많은 국회의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정통민주화세력으로 볼 수 있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많이 앞장섰다 합니다. 바로 이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 오늘 길고 긴 글을 전하게 됐습니다. '파병동의안'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명단에서 자랑스런 영광함평 출신 이낙연 의원님의 이름 세 글자를 보고 싶다고 말입니다.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 의원님께서 어렸을 적 "약한 자를 돕고 싶었다"던 꿈은 먼 미래가 아닌 현실 속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촉구합니다.
의원님의 평화를 빕니다.
하선종<천주교 영광성당 생명과 평화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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