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당골칭찬릴레이 / 유옥님 염산면

염산면 옥실리 제일교회에 목사 사모인 유옥님(48)씨가 지난해 교회에 광고한 글귀다.
고흥이 고향인 유 씨는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광주 유치원에서 교사를 지내다 영암의 한 교회 유치원으로 옮겨와 근무하던 중
전도사로 활동하던 남편을 만나 결혼해 목회활동을 펼치는 남편을 따라 영광으로 와 10여년째 생활하고 있다.
60년의 세월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교회에서 120여명의 신도들과 신앙을 통한 마음을 나누며 조용한 일상을 채워가고 있는 유 씨.
그는 몇 년전부터 한글을 몰라 성경공부도 찬송가도 잘 부르지 못하는 신도들에게 전공을 살려 한글을 지도할 계획을 세워왔고 지난해 2월부터 어르신들을 모집해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처음에는 당신의 무지함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워 교회광고를 통해 모집해도 한분도 나서지를 않았다”며 지도 초기의 애로사항을 밝힌 유 씨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르신들이 한분 두분 마음을 열고 교회를 찾아와 현재는 10여분의 어르신들이 꾸준히 한글을 배우고 있다”고 상황을 밝혔다.
지난해는 방학도 없이 일주일에 3~4번씩 교회 교육관에 모여 열심히 지도를 받았지만 요즘은 농번기를 맞아 일주일에 두 번씩 오전 9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3시간 동안 한글기초를 단계별로 배우며 한글을 익혀나가고 있다.
한글을 열심히 배우고 있는 한 어르신은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며 이름석자도 몰랐는디 사모님에게 한글을 배우며 나락가마에 이름도 적고 인자 사람이 다 됐당께”라며 “처음에는 뭔자가 뭔잔지 도통 모르겠고 어렵기만 했는디 한자 한자 배웅께 재미나”라며 배우는 즐거움을 표시했다.
가장 젊은 어르신이 60대 초반부터 가장 연세가 많은 84세의 어르신까지 정성을 다해 지도하는 유 씨는 어르신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글자와 관련된 그림을 직접 그려 설명하며 교재와 학용품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처럼 한글을 빨리 익히지는 못하지만 글씨만큼은 또박또박 정체로 바르고 예쁘게 써 주변에서도 놀라고 있다”며
어려운 시절을 살아오면서 고생만 한 어르신들이 늦깍기 공부를 위해 고운 배려를 아끼지 않는 유 씨는 “글을 하나하나 배워 가는 행복감에 빠져 있는 어르신들을 보면 함께 기쁨이 쌓여간다”며 오늘도 어르신들을 위한 교재를 꼼꼼히 챙기며 보람된 하루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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