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망가지면 자신과 가족이 망가진다
지역이 망가지면 자신과 가족이 망가진다
  • 영광21
  • 승인 2006.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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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히 '선거공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온 동네가 떠들썩하다. 거리마다 요소요소에 후보들을 알리는 포스터와 현수막, 후보들의 공약을 선전하는 차량들이 멋대로 동네 곳곳을 누비고 있다.

제4기 지방선거가 목전에 다다랐음을 저절로 알고도 남을 정도로 세상이 어지럽고 시끄럽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모든 행위들이 세상을 더 좋아지게 만들기 위한 몸부림으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는 전국적인 차원을 훨씬 뛰어넘어 지구적 차원에서 살고 있다. 이른바 지구촌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역이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이 지역이란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우리 모두는 지역이란 공간에서 살고 있다. 지역이란 개념은 지방과는 다르다. 지방은 중앙과 대비되는 개념인 반면에 지역이란 전국과 대비되는 개념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서울에서 산다고 해서 지역에 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단지 서울이란 지역에서 사는 것이다.

지역을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의 한 요소로 파악된다. 그러나 지역을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주권이 형성되고 작동하는 구체적인 장소로 간주된다.

개인이 모여 지역단위에서 정치체계를 형성하고, 이 정치체계들이 전국적으로 연결돼 국가를 형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민주화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지역의 민주화가 온전히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과거에 우리는 민주화라고 하면 주로 중앙권력의 민주화라는 시각에서만 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각을 크게 바꾸어야 한다.

지역의 민주화가 없이는 중앙권력의 민주화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방선거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이다. 삶의 바탕인 지역이 망가지면 우리 자신과 가족이 망가지기 때문에 지방선거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건국이래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피와 땀을 흘렸다. 그 결과 1990년대에 이르러 가까스로 민주화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렇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역민주화가 크게 미흡한 상태에 있다는 점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2006년 2월 발표된 감사원의 지자체 감사 결과를 보면, 많은 자치단체들이 그야말로 상처투성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예컨대 2002년에 선출된 제3기 단체장의 경우 뇌물수수, 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비율이 무려 31.5%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2006년 지방선거 출마후보들을 보면, 후보의 10% 이상이 폭력사범, 파렴치범, 경제사범 등의 전과자들이며 대다수 후보들이 머잖아 지역파괴의 주범이 될 각종 개발공약들을 앞다투어 내세우고 있다.

비록 마음에는 차지 않더라도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 걸음 나아간다는 생각으로 이번 선거에 임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처지이다. 마음에 딱 맞아떨어지는 후보가 없더라도 선거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선택한다는 심정으로 고뇌에 찬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