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탐방 37 / 우봉경로당<홍농>

우봉경로당은 지난 2003년 건립해 40여명의 어르신들이 즐거운 만남의 장소로 사랑받으며 소중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바쁜 농사철에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으면 한사람씩 모여들어 어느새 방안으로 가득한 어르신들. 식사를 함께 하며 향긋한 차 한 잔으로 정겨움과 노년을 나누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하종남(80) 회장은 “우리 동네는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서로 돕고 위로하고 내 일처럼 걱정해주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며
“농한기 때 점심과 저녁까지 식사를 나눠도 쌀 걱정 반찬 걱정 한번 한 적이 없다”고 마을을 소개했다.
그는 또 “우리 마을에서 내려오는 예절과 전통 때문인지 외지에 살고 있는 자녀들도 경로당을 찾을 때면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어 음료수와 과자 등 간식거리가 떨어지지 않고 쌓여 있다”고 마을의 넘치는 인정을 자랑했다.
이곳 어르신들은 흥이 많기로 소문 나 있다. 경로당 방에는 노래방기계와 탬버린이 5개나 있었고 벽에는 최신가요 표가 붙어 있어 노래방을 방불케 했다.
한 여자 어르신은 “우리 경로당은 시간만 나면 모여 노래방기계를 틀어 노래도 부르고 춤을 신나게 춰 옷이 땀으로 젖어 사우나를 갈 필요가 없다”며 “우리 마을이장이 최신가요 가사를 크게 적어다 줘 연습을 해 최신가요도 모두 잘 부르고 있다”고 즐겁게 사는 모습을 전했다.
노년의 쓸쓸함을 탓하지 않고 주어진 여건과 환경을 최대한 장점으로 살려 삶을 즐기는 어르신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우봉경로당은 가을추수가 끝나면 돼지 한 마리를 잡아 마을 잔치를 성대하게 치른다고 한다.
또 정월대보름에는 어르신들이 농악을 하며 마을을 한 바퀴도는 아름다운 풍습을 계승하고 있으며 행사를 통해 모아진 자금으로 경로당살림에 보태 여행경비로 쓰고 있다.
이곳 경로당은 1년에 두 번 여행을 다녀오고 지난달에는 아유회를 다녀와 회원간의 단합을 다지며 이웃과의 정을 돈독히 쌓아가고 있다.
이곳 우봉마을에는 병마와 싸우고 있는 한 가정을 위해 마을 이장과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서 모금운동을 펼쳐 따뜻한 미담이 전해지고 있다.
하생기 이장은 읍사무소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마을 주민들의 십시일반 정성어린 참여로 모아진 성금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 작게나마 도움을 줘 뜻 깊은 이웃사랑을 실천해 훈훈한 감동을 남기고 있었다.
어려운 이웃을 되돌아보고 이웃의 아픔을 나누려는 우봉마을 어르신들. 그 따듯한 마음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힘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박순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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