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혼돈하기 쉬운 생활상식
우리의 주변에는 우리에게 잘못된 지식을, 너무 쉽게 전달하는 것들이 가끔 있다. 그것들 중에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얘기해보자.우선 슈베르트의 가곡(작품32번) '숭어'에 대한 얘기다. 경쾌한 피아노가 이끄는 이 곡은 들어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아~ 이 곡'할 만큼 귀에 익은 곡이다.
우리가 '숭어'라는 제목으로 알고 있는 이 가곡의 원곡명은 'forelle'이다. 'forelle'은 독일어로 송어류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이것만으로는 우리가 오랜 동안 '숭어'라고 알고 있던 곡을 '송어'로 고쳐 부르자고 하기는 어렵다.
슈베르트(1739~791)가 살던 오스트리아라는 나라는 내륙국가이므로 숭어를 볼 수 없다.
또 이 곡 자체가 정치풍자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그 시의 내용도 물 속에서 한가로이 놀던 물고기가 낚시꾼의 수작에 속아서 잡히는 장면을 그린 것이라 한다. 이는 계류어인 송어를 뜻하는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나라들에서도 모두 이 곡을 '송어'라는 제목으로 사용한다(미국-trout, 일본-사꾸라마쓰). 처음 곡명을 잘못 옮긴 한 사람 때문에 우리는 모두 잘못된 지식을 갖고 사는 것이다.
노래 얘기도 해보자. 임주리라는 가수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르다보면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마는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속절없는 사랑아"라는 부분이 있다.
이 노래의 가사 역시 잘못된 지식을 우리에게 세뇌하고 있다. 나팔꽃은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는 게 아니라 해 뜨는 시각과 일치하여 꽃이 피고 늦어도 오후 두세시, 그러니까 여름의 햇살이 절정에 달하기 전에 지고 만다.
아침에 피어서 저녁에 지는 나팔꽃 비슷한 식물로는 메꽃과 갯메꽃이 있다. 아마도 메꽃이나 갯메꽃을 보고 꽃의 형태가 비슷한 나팔꽃이라고 부른 것 같다.
특히 갯메꽃은 간척사업으로 인해 사구가 거의 손실된 영광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우리 가까운 고창군의 구시포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다.
숲해설이라는 게 무엇이냐고 물어오시는 분들이 많다. 어려운 게 아니다.
무작정 "환경이 중요하니까 풀도 뽑지 말고, 나무도 꺾지 말고, 쓰레기도 버리지 맙시다"라고 얘기하는 게 숲해설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재미난 이야기로 우리가 모르고 있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환경의 소중함을 함께 느껴나가는 일이다.
숲해설가와 함께 산에 들어 찬찬히 걸음 옮기며 흔히 보이는 들풀 하나하나를 가지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고, 느끼고 내려오면 얼마나 좋을까.
함성주<숲해설가·홍농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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