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청산처럼 높고 깊은 인정으로 고향 지킨다
태청산처럼 높고 깊은 인정으로 고향 지킨다
  • 영광21
  • 승인 2006.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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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탐방 38 / 죽동경로당<묘량>
노령산맥의 그 웅장하고 힘찬 줄기와 태청산 자락에 안기듯 자리한 죽동경로당(회장 양운진 사진)은 처음엔 빈집을 사용해 오다가 올해 어르신들의 쉼터를 새롭게 건립해 기쁨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죽동마을은 20여가구의 아주 작은 마을로 산밑에 위치해 영광의 오지 마을로 주변 경관이 아름답기로 주변에 이름나 있는 마을이다.

양운진(73)회장은 “우리 죽동마을은 워낙 산골이다 보니 공기 좋고 물이 좋아 살기엔 그만이다”며 “가진 것은 그리 많지 않아도 서로 나누려는 정과 인심은 우리 태청산 만큼이나 높고 크다”고 마을을 자랑했다.

“예전에는 70여호가 넘는 큰 마을이었는데 외지로 모두 떠나지금은 호젓한 마을이 됐다”고 전하는 어르신의 표정에서 적적한 여운이 느껴졌다.

젊은이들은 다 도시로 떠나도 뼈가 자란 고향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어르신들. 그들의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은 끈끈한 핏줄처럼 깊게 뿌리내리고 있어 그 숭고한 모습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이곳 죽동마을 입구에는 경리정리가 깔끔하게 된 논이 인상적이며 막 모내기를 끝내 뿌리를 내리는 어린모들이 정겹게 이 마을과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키고 있다.


다행이 군내 버스가 마을까지 들어와 교통에 불편함은 없지만 이 마을은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 그것은 농한기가 돼도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함께 나누지 못한다는 것이다.

젊은 아낙이 없고 다들 연세가 많아 식사 준비에 어려움이 있어 나눔을 포기하고 식사 때를 비켜 모이는 어르신들의 현실에서 농촌의 고령화 문제에 대한 심각함이 전해졌다.

김연례 어르신은 “식사를 같이 나누지 못해 섭섭한 점은 있지만 다들 모이면 즐겁고 옛날 새댁시절 시집살이했던 이야기, 자식 키우던 이야기 등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며 “우리 경로당은 옛 노래 부르며 박수도 치고 나름대로 재미있고 즐겁게 노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곳 경로당은 의료기구 하나 없이 썰렁했지만 그래도 어르신들은 어떤 불편이나 어려움을 호소하기보다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의 여건에서 충실히 삶을 가꾸고 있었다.

오세인 이장은 “정부가 농업정책을 농촌 현실에 맞게 적극 지원하고 혜택을 줌으로써 젊은이들이 다시 고향을 찾아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농촌이 돼야 한다”며 “외지에 살고 있는 청년들과도 연계해 마을을 활성화시키고 어르신들에게도 더욱더 마음을 기울여 마을을 가꾸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어르신들의 따뜻한 식사 한 끼라도 정성껏 봉사할 수 있는 젊은 아낙이 그립고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녹여 줄 의료기구가 절실히 필요한 죽동경로당이였다.
박순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