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명 담보할 준비 안된 FTA
국민생명 담보할 준비 안된 FTA
  • 영광21
  • 승인 2006.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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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으로 얼룩지고 각국의 체육대회에 불과한 독일 월드컵축구는 끝이 났습니다.

우리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생존권 문제에 직면해야 합니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제 2차 본협상 이틀째인 11일 반대단체와 찬성단체들의 시위현장에서 명암이 엇갈리는 광경에 다시금 몸서리쳐지게 이 나라가 걱정됩니다.

반대운동자들에는 집시법 위반이라는 미명하에 불법 기자회견으로 간주하고 '장소 이동'을 강요하면서, 찬성하는 자들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 우리 경찰의 이중 잣대의 편리함에 경의를 표합니다. 새삼 130년전 일본의 강압에 못 이겨 체결한 불평등하기만 했던 강화도조약과 동학농민운동이 생각납니다.

현재의 우리나라는 산업화의 다양함에 각 산업마다 이해득실을 고려한 협상안에 주판알을 튕기기에 바쁘고, 국민의 대변인 노릇을 해야 할 '국회 한미FTA 특위'는 본격적인 활동은 차지하고 아직까지 구성조차 안 되어 있고 통상협상에서의 행정부 견제 등을 위해 지난 2월에 발의된 통상절차법안은 아직까지 상임위에 상정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가 입법부인 것 맞습니까?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 것 사실입니까?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정당의 정치일정 핑계나 대고, 협정체결 뒤에 나타날 결과에 대해 행정부와 책임을 나눠지게 될까봐 회피할 궁리나 하며 몇몇 소수의 뜻있는 의원만이 소그룹 활동으로 변죽만 울리는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것은 우리의 먹을거리와 보건·의약분야입니다. '선진 7개국의 평균약값 적용'이 미국에서 요구하는 협정안에 들어 있어서 새로 개발되는 약은 무조건 선진 7개국 평균약값으로 하고, 게다가 특허기간을 연장하여 값싼 복제의약품 생산을 막겠답니다.

일례로 '글리벡'이라는 백혈병 치료제 약값이 한알에 25,000원, 한달에 300만~600만원이 들고, 보험적용이 되어도 90만~180만원을 지불해야 했던 약값은 '선진 7개국 평균약값'이기 때문입니다. 해가 갈수록 국가 보험재정은 열악해지고 재정확보를 위해 각 가정마다 보험료는 계속 치솟아 서민경제는 피폐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사랑니 뽑는데 신경 치료비용이 없어 그냥 생이빨을 뽑거나, 중병에 걸린 돈없는 서민들은 치료조차 못 받고 고통 속에서 민간요법이나 값이 싼 무자격 의사에게 불법으로 시술을 받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 자명합니다.

우리의 밥상은 어떻게 될까요? 밥상위의 반찬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 조차 모르고 먹기 때문에 늘 불안하기만 할 것입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최대 농약 잔류량 제한검사(MRL)를 완화하라고 강요하고 있고, 2년전 한국식약청은 검사품목을 196개에서 47개로 대폭 축소해 주었습니다. 이에 반해 이웃나라 일본은 오히려 280개에서 799개 항목으로 검사 폭을 크게 확대했다고 합니다.

정부는 또한 풀을 먹여 키워야 할 소에게 공장에서 대량사육을 하며 육식을 먹여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시장을 덜컥 개방하겠다고 발표, 철저한 검증없이 국민을 인간광우병에 노출시키는 위험천만한 행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정부란 말입니까?

지금 자유무역협정을 무조건 반대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경제대국 미국과 맺는 FTA의 경제적 효과도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의 건강과 밥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협상내용을 전면 공개,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여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재고해 주기를 바라는 겁니다.

이렇게 국민의 생명과 안위가 걸린 무역협정을 강대국 하자는 대로 마구잡이식으로 끌려가며 졸속으로 추진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FTA가 당장 필요할 만큼 대한민국이 망국적이란 말입니까?

FTA가 국민의 동의를 얻기 위해 필요한 사회안전망과 직접적 보상체계 마련, 사회복지 강화에 중점을 두고 국민적 합의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대한민국이 영원할 것입니다.

이 나라가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민주국가가 맞는다면, FTA체결 이후 멕시코 사회에서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 소수만이 이득을 보고 국민의 대다수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배제되어 온 현실에서 무서운 교훈을 얻고 심사숙고해서 국민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어지길 바랍니다.

자손대대로 이 협정을 치욕스럽게 여기지 않도록 잘 마무리 해 주길 바라며 우리끼리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미국이란 거인 앞에 우리가 다윗이 되어 이 싸움에서 기필코 이겨야 합니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자랑스러운 선조로 남읍시다.

정용안<영광군청단협 전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