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장 백지화’ 4개 후보지 하나 되다.
‘핵폐기장 백지화’ 4개 후보지 하나 되다.
  • 김광훈
  • 승인 2003.04.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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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핵폐기장 백지화 궐기 대회에서 만난 사람들
성지보존과 더불어 핵산업 종식위해
<원불교 순천지구 / 문익지·정행정·박형주>

핵폐기장백지화 투쟁도 식후경이라~
서울로 향하는 길 중간 죽전휴게소에서 차린 저마다의 점심 밥상, 도시락을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는 세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만약에 예수님이 탄생하신 예루살렘에 핵폐기장이 들어선다면 개신교·천주교인들이 가만있겠어요?” 하며 반문하는 그들은 원불교 순천지구에서 버스 한 대로 이번 투쟁에 참가하는 중이란다.
“성지 보존 차원의 뜻과 더불어 핵산업 자체가 갖는 문제점들이 너무 크쟎아요” 말을 더하며 핵폐기장의 문제점을 하나씩 짚어가는 그들은 어느새 산자부와 한수원에 대한 분노서린 목소리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핵폐기장 들어오면 우리 영광땅은 죽은 땅”
<이흥석 할아버지 / 월산리>

85살의 이흥석 할아버지, 그렇지만 ‘핵폐기장 반대’ 구호가 적힌 깃발을 부여잡은 손엔 핏발이 서려 있었고 행사장을 향한 눈빛은 강렬하기 그지 없었다.
“어허 우리땅 영광땅을 살리것다는데 몸 쪼까 고달픈 것이 문젠가. 글고 아무렇지도 않어” 예전에도 이런 집회에 함께 해 봤다며 마을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할아버지는 먼길 달려온 피로는 이미 남의 이야기란다.
“나 죽는것이야 나이가 먹으면 당연한 이치지만 핵폐기장 들어오면 우리 땅들이 죽어. 땅이 죽으면 후손들의 삶의 터전이 죽는것이여”하고 단걸음에 서울까지 올라온 이유를 말한다.
마을에서 40여명이 함께 올라왔다며 할아버지는 또다시 무대로 눈길을 옮기신다.


싸워서 핵폐기장 막아내기 위해 상경
<이옥달 할머니/ 대마 복평리>

“아이 싸워서 이길라고 왔제라. 그 뭐야 핵폐기장인가 짓지 말라고 말여”
무엇 때문에 오늘 자리에 함께 했냐는 질문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담을 하시는 이옥달(78) 할머니는 이런 자리가 처음이란다.
“아들은 다칠 깜서 큰일난다고 가지 마라 했제. 근디 이장이랑 마을 사람들이 가자고 혀서 이렇게 왔당 께” 이미 굽어버린 허리와 말을 듣지 않는 다리 때문에 주위의 걱정을 사고 있다는 할머니, 그래도 핵폐기장 만큼은 안된 다며 가누기 힘든 몸으로 오늘 자리에 함께 했단다.
이내 마을 사람들이 많이 올라왔다며 마을자랑이 한참이신 할머니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께 기분이 좋다”면서 두팔을 뻗어 ‘핵폐기장 백지화하라’구호를 따라 외친다.


“결단코 영덕에 핵폐기장 못들어와”
<박진호 / 영덕주민>

‘청정지역’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상여를 들쳐 멘 박진호(45)씨, 영덕에서 700여명의 주민과 서울향우들이 1000여명 고향사랑의 마음으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그는 거침없이 말들을 이어갔다.
“핵폐기장 후보지로 갑자기 우리 영덕이 선정돼 어리둥절했지만 금방 군민 모두가 반대하고 들고 나섰죠” 라며 영덕분위기를 전하는 그는 결단코 영덕에 핵폐기장이 들어설 수 없을 거란다.
“우리 영덕은 해안선이 53km에 달하고 청정지역이어서 영덕 대게 등 여러 특산품이 나는데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누가 사먹겠냐”면서 바쁜 영농철 농사일도 내팽개치고 달려왔다며 그냥 내려가지는 않을 거란다.


딸 윤미때문에도 핵폐기장 안될말
<최윤미 엄마/ 고창주민>

핵폐기장을 막아내는데 논리가 따로 없다는 그녀는 3살박이 딸아이 윤미와 함께 ‘핵폐기장백지화’의 염원을 그린단다.
“여기 온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같겠지만 우리 윤미에게 핵쓰레기로 오염된 땅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라며 품안에 윤미를 더욱 그러안는다.
한수원이 인접한 고창?영광을 함께 선정해 분열을 꾀 했지만 오히려 더욱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녀는 “이제 서울 투쟁을 기점으로 전국적인 반대분위기를 만들자”고 오히려 당부말을 전했다.
그날 고창군민들은 최근 핵폐기장 유치냄새를 풍기고 있는 강현욱 도지사를 강력 항의방문하고 56대의 버스를 나눠 타고 서울 집회에 참여했었다.


4개 지역민 하나되어 ‘희망’ 만들자
<정외성 / 울진군민>

‘초가산간 집을 짓는 내 고향 정든 땅~’
노랫말이 서울 종로5가에 울려 퍼지고 있는 가운데 울진군민 대열 끝길에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정외성(40)씨를 만나 울진분위기를 들어보았다.
정부는 수차 울진에 더 이상 핵관련 시설을 짓지 않겠다고 약속 해놓고 또다시 어겨 울진군민들은 산자부·한수원을 넘어 정부에 대한 분노가 가득하다며 그는 “더이상 속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젠 모든 걸 내걸고 싸우겠다”고 단단히 벼른다.
4개지역 군민이 너와 나가 아닌 우리라는 틀속에서 함께하는 것이 ‘희망’ 그 자체라며 핵폐기장이 들어와 뼈를 묻어온 고향땅을 떠나는 절망은 만들지 말자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