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보다 좋은 여름철 최고의 복달임 음식이죠"
"보신탕보다 좋은 여름철 최고의 복달임 음식이죠"
  • 영광21
  • 승인 2006.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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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수산인 18 - 민어잡이 / 박기정씨 <법성>
민어의 변신은 무죄? 민어살은 발라 횟감으로, 머리와 뼈는 뭉근히 끓여 탕으로, 껍질은 살짝 데쳐 기름장에 찍어먹는 별미로, 고소한 맛의 부레는 미용식과 건강식으로, 어란은 참기름을 발라 말리면 두고두고 술안주로 쓰이니 무엇하나 버릴게 없는 생선이다.

여기에 더해 민어찜, 민어전, 민어굴비 등 그 폭을 넓혀가고 있고 그 변신의 최고봉은 바로 여름철 '복달임'음식의 으뜸이란 점이다.

"복날엔 민어를 없어서 못 팔죠. 옛말에 삼복더위에 민어찜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그리고 보신탕은 삼품이라 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영신호' 선주 박기정(44)씨.

IMF때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나고 자랐던 고향땅 법성으로 되돌아와 손을 댄 것이 바로 '민어잡이'이다. "할아버지때부터 3대째 어업을 해오고 있다. 어려서부터 바다일을 어깨너머로 접해왔던 터라 고민의 여지없이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다"고 바다와 인연을 밝힌다.

민어는 빛깔이 등쪽은 회청색, 배쪽은 연한 흰빛으로 큰 것은 몸길이가 1m가 넘고 무게는 20kg에 달해 바닷고기치고는 귀골이고, 크기는 가히 팔척장신이라 할만하다.

또한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서식하다 겨울에는 제주도 서방해역에서 월동을 하고 봄이 되면 다시 북상해 산란·성장을 하는 회유성 어류로 6월에서 9월 사이에 신안해역과 칠산바다에 큰 어장이 형성된다.

"민어를 잡으려면 법성포항에서 약 1시간30분 정도 나가야 한다. 물 흐름이 적은 조금때는 주낙(연이어 낚시로 연결된 어구)으로, 사리때는 그물을 물빨에 흘려보내 민어를 잡는다"며 어획방법에 대해 세세히 설명하는 그.

올 어획고가 괜찮았다는 말에 그 노하우를 묻자 "뭐 운이 좋았던 게지"라고 손사래를 치더니 "많은 경험과 함께 민어의 습성과 물흐름과 방향 등을 고려해 그물을 치는 즉각적인 판단력이 필요하다"며 은근히 자랑을 한다.

민어는 큰 덩치를 물에 뜨게 하기 위해 부레가 발달되어 있다. 지금은 박물관에나 놓인 값비싼 고가구가 모두 민어의 부레풀로 만든 것이다.

어느덧 화학접착제에 밀려나고 말았지만 '이풀 저풀 다 둘러도 민애풀이 따로 없네'란 노랫말처럼 천년을 간다는 민어풀의 생명력은 고마워 할 일이다.

한데 이 부레가 천하일미여서 "횟집에서 이 고단백의 부레가 나오면 서로 먹으려고 난리다. 이 부레를 먹으면 민어 한마리를 먹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며 군침을 일구게 한다.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爵·1827)>에서 민어를 서해에서 나는 '천한 어류'로 분류했다. 아마도 '품격이 낮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시대에 '흔했다', '널리 퍼진 물고기'란 뜻이었을 게다.

이처럼 20C초까지 흔했던 민어가 지금은 귀하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아버지때까지만 해도 멀리나가지도 않고 변변한 어구 하나없이 만선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획으로 기름값도 못할 때가 많다"며 적절한 보상에 따른 어선감축정책과 자율적인 바다정화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수산당국과 어민들의 노력으로 칠산바다에 민어울음 소리가 되돌아오고 민어만선이 허상이 아닌 현실이 되길 꿈꿔본다.

김광훈 객원기자 mindlre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