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수산인 19 - 꽃게잡이 / 임연수씨<홍농>

"손이 저울이네." 누군가 툭 던진 한마디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오성호 선주 임연수(53)씨. 꽃게 무게를 저울질하는 손놀림의 정확성에 거친바다 생활속에 단련된 섬세한 삶의 이력이 엿보인다. 바다는 어린 그에게 놀이터였고 청년기 삶의 가치를 일깨워준 스승이었으며 이젠 20여년 어업활동을 해오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어이구, 이것 잡아서 기름값이나 할런가 몰라"라며 첫마디를 내뱉는 그는 선원 7명 인건비에 어장까지 2시간여 왕복 기름값까지 하면 남는게 없다는 하소연이다. 7, 8월 꽃게 금어기가 풀리고 첫 출항에 만선의 깃발은 못 올릴지언정 함박웃음의 얼굴을 내심 그리고 왔던터라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바다에 꽃게가 없는 건 아녀. 그런데 큰 외지배들이 몰려와서 그물 칠 장소를 독점해버리니…"라며 큰 한숨에 꽃게가 있어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 더 깊게 스며든다. 또한 외지배들이 이곳에서 잡은 많은 양의 꽃게를 다른 지역시장에 내 놓아 꽃게 가격이 예전 시세에 크게 못 미친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바다수온 변화와 7, 8월 금어기 그리고 고기씨를 말려버리는 고대구리 금지를 통한 어족자원 보존노력 등은 2005년부터 유독 안마도 연근해 주변으로 꽃게 자원량이 급증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목포, 군산, 충청, 인천 등지의 대형 꽃게잡이 어선들이 몰려와 그물을 깔 장소들을 선점하고 있어 정작 지역어업인들은 꽃게 금어기 해제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꽃게는 말야, 요 배딱지가 둥근 것이 암컷이고 길쭉하게 모가 난 것이 수컷이여"하며 꽃게를 뒤집어 하얗고 단단한 복부를 덮고있는 꼭지를 가리키며 암수 구별법과 함께 꽃게의 생태와 습성에 관해 말한다.
꽃게는 야행성으로 낮에는 보통 모래펄 속에 숨어 지내다가 밤이 되면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한다. 또한 겨울에는 깊은 곳이나 먼 바다로 이동해 동면을 하며, 3월 하순경부터 산란과 성장을 위해 얕은 곳이나 만의 안쪽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생김새는 꽃게인데 조금은 어색하게 보이는 꽃게들이 배 한귀퉁이에 푸대접을 받고 있다. "아, 저 물렁기는 종자가 다른 것이 아니고, 꽃게가 클라고 이제 막 등껍질을 벗은 것이여." 꽃게는 성장하기 위해 여러 번 껍질을 벗는데 탈피직후엔 말랑말랑하다 점점 단단해진다.
"인생도 말이여 저 꽃게 같단께. 알차지고 단단해질라믄 삶속에서 여러번 깨지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 아니겠어"하고 엷은 미소와 함께 저울에 꽃게를 몇 마리씩 더 올려주는 그. 어느덧 그는 바다를 닮아 있었다.
김광훈 객원기자 mindlre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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