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 영광을 필두로 소재·지역별 명산 소개
여기 두눈을 크게 뜨고 무엇인가 심취해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 밤 깊은 시간 무겁게 내려오는 졸음을 쫒으면서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자아를 완성하기 위한 끝없는 경주를 하고 있다. 항상 늘 푸른 대지위에 초록을 마시며 오르내리던 젊은이들이 모여 산악인 양성을 위해서 <영광 서해산악회>라는 큰 타이틀 아래 다같이 둘러앉아 젊음을 발산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14년전 산악문화를 형성해 산을 체계적으로 배워 이해해보자는 취지아래 연맹의 산악회가 탄생했다. 후배들에겐 대중적인 등산문화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자질을 형성케 해줘야 한다는 목적으로 영광에 서해산악회를 발족한 것이다.
보다 넓은, 보다 높은 알파이니즘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허세보다는 진실을 여는 장을 여기서 찾고자 한다. 올해로 14년을 맞이하는 오늘 그동안 미흡하고 부족한 점이 노출돼 발전되고 있지만 <영광21> 연재에 즈음해 더 넓고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등산의 첫걸음
등산(Alpinism)을 말하면 전반적인 등산행위(Mountaineering)를 일컫는다. 산에 올라가 멋진 풍경을 구경하며 야외생활을 경험하는 것 이상의 행위다. 등산은 도전하며 위험과 고난이 따른다. 등산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또 아무나 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그래서 등산은 단순한 오락이나 스포츠 이상의 가치가 있다.
수많은 유명산의 초등기록을 갖고 있고 80세가 넘도록 등반을 계속해온 미국의 등산가 프레드 베키는 나로 하여금 멈추지 않고 등반을 계속하게 한 것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그 어떤 것, 바로 불확실성이 주는 매력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영국의 등산가 조지 말로리는 우리가 이 모험으로부터 얻는 것은 단지 엄청난 기쁨일 뿐이라고 등산의 매력을 정의하기도 했다.멀리서 바라보는 산은 그 속에 내재된 기쁨이나 고난을 모두다 보여주진 않는다. 그래서 산을 오르려는 사람은 대자연의 모든 가능성에 대해 준비해야한다.
부드러운 산들바람과 모진 폭풍설, 초원의 야생화와 얼굴을 할퀴는 가시덤불, 그리고 온갖 짐승들까지 산과 함께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따라서 등산은 여가를 보내는 방법으로는 매우 힘든 선택이다. 그래도 등산을 하고자 한다면 폴란드의 철인 클라이머 쿠르티카가 털어놓은 다음의 고백을 음미해야 할 것이다.
“알파이니즘이란 고통 또는 자기극복의 예술이다. 등산은 인간의 필요 따위는 개의치 않는 거친 대자연 속에서 행해지므로 그 혹독한 고통의 대가로 주어지는 육체적 정신적인 보상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자연환경에 대한 배려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때때로 자신이 끌어들인 방문객들에 의해 훼손되곤 한다. 인간의 자취는 자연을 무서운 속도로 파괴하고 변질시키고 있다.
높은산의 정상에 어렵게 올라선 사람들은 산이 우리에게 잠시 꼭대기에 올라설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을 주었다고 느낄때가 있다. 그러므로 등산중 지나는 모든 지역을 아무런 흔적없이 원상태로 남겨두는 것은 대자연의 특별한 혜택을 받은 산악인으로서 마땅히 치러야할 대가이고 의무인 것이다.
산악인은 방문할 지역에 대한 사전조사를 통해 산행이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야영과 등반을 해야 한다.산에서 누리는 특권은 우리가 사랑하는 자연환경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할 의무를 동반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양한 환경보호 국립공원보호 시책 등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산불방지나 휴식년제로 통제되는 입산금지구역의 출입을 삼가고 등반 및 야영은 허가된 지역 내에서 하도록 해야 한다.
산의 생태를 교란시키고 환경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개발 계획 등에 맞서 자연환경을 지키는 노력에도 적극 나서야한다. 그래야만 자연 속에서 누린 큰 기쁨을 후대에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 등산지식과 기술
안전하고 즐거운 등산을 하기위해서는 등산 지식과 기술습득이 필수적이다. 우리 자신을 위해 그리고 함께 등반하는 동료를 위해 야영기술 독도법 암벽등반기술 응급처치 등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등산에는 아는 것이 힘일 뿐만 아니라 살아남는 길이다. 등반중 확보를 할 때, 확보물을 설치할 때, 눈사태 지역을 지나갈 때, 눈사태를 만났을 때, 크레바스 지역을 지나갈 때 등등 수많은 위험을 동반한 등반상황에서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고 동료를 살릴 수 있다. 물론 풍부한 경험이 지식보다 우선 하겠지만 다양하고 방대한 등산의 세계에서 일일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경험을 쌓기란 오랜 세월이 걸리고 또 위험한 대가를 치르는 일이 있기도 하다.
현재의 등산이론과 기술은 지난 수백년의 등산사에 걸쳐 전세계의 험난한 고산과 벽을 등반한 위대하고 뛰어난 등산가들이 겪은 소중한 경험과 지혜의 소산이다.등산중 불가항력적인 재난 또는 무지 부주의로 인해 사고를 당한 불운한 클라이머들의 피로 쓰여진 절박한 기록인 것이다.
등산에 입문하는 초보자건 클라이머건 끊임없이 새롭고 유익한 등산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려는 노력은 산악인의 기본자세이자 안전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산을 올라가자
그리고 그 모든 소리를 들어보자
햇살이 나뭇가지 위로 흐르듯
자연의 평화가 당신에게 흘러넘치니
미풍은 새로운 활력을
폭풍은 강인한 기운을
그대 가슴속에 불어넣어
어느새 근심은 가을낙엽처럼 떨어지리
김종일<서해산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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