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관계정립 통해 만나 볼 난문화
사람과의 관계정립 통해 만나 볼 난문화
  • 영광21
  • 승인 2006.09.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용인의 난(蘭)과의 만남 ① - 연재를 시작하며
본지가 이번호부터 영광군농업기술센터 백용인 연구개발과장의 <난> 문화를 연재한다. 공직에 근무하며 오랫동안 난을 접해 온 백 과장은 이전에도 전문지를 포함한 여러 매체를 통해 난문화를 집필하기도 했다.

또한 근래에는 인터넷매체인 <오마이뉴스>에 농업기술센터 관련 홍보는 물론 지역을 외지에 알리는 시민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 편집자주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고 난은 가장 진화 발전된 식물군으로 인간과 난과의 만남은 1000년을 넘어선다. 동물군 최고의 진화자인 인간과 식물군의 최고 진화자인 난과의 만남은 과연 최상의 만남이며 천상의 만남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예로부터 난은 군자나 사대부, 궁중식물로서 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 해왔던 애호식물이었으나 지금은 어느 곳을 가도 사무실이나 거실에 동양란 한분 정도는 기르는 등 보편화되어 있다.

난과식물은 고등식물 중에서 가장 많은 종을 가진 식물군으로 약 800속에 3만여종이 분포되어 있다. 그중 동양란 일경일화의 향은 유연하며 신비한 청향은 가히 천상 선녀의 체향을 방불케 한다.

역사적인 유래를 보면 공자가 제국을 편력할 때 위나라에서 노나라로 가던 중 산중계곡 잡초속에서 혼자 피어 향을 뿜고 있는 난을 보고 크게 개탄하여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또 송나라의 유명한 학자 정송남은 송이 원과의 전쟁에서 패한 후 ‘송나라가 망했으니 내가 설 땅이 없다’하여 평생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면서 그림을 그려도 땅을 그리지 않고 뿌리가 뽑혀 노출된 난을 그렸다고 전하며, 후세에 사람들은 이를 ‘노근란(露根蘭)’이라 부르고 하나의 독특한 화풍을 구성하였다.

난의 진화는 인간을 앞선 듯 하다. 자생지 난들을 보라. 홀로 있기도 하지만 자기들 나름대로 생존적 위치의 선정과 자태에 조화를 이루며 변화 발전하고 있지 않은가?

종자의 개념에서 보아도 후대에서 현재까지 한 틀에서 후대에 계속적 작용을 해 줌으로서 선대와 후대가 공존함이 우리 인간생활과 흡사하여 주는 의미가 크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난은 우리 생활의 동반자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어떤 사람은 여러가지 취미 중에서 “난처럼 가정생활과 업무에까지 지장을 초래하며 빠져드는 것이 또 있더냐”고 한다. ‘노루 쫓는 자 산을 볼 수 없다’라는 말과 같이 진정한 목적은 쫓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난을 재배하다 보면 무늬가 발전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하는 것이 우리 삶과 꼭 닮고 이런 것들이 우리를 이끌게 하는 힘이 아닐까 한다.

요즘은 책을 파는 서점이나 인터넷에 난에 대한 전문기술과 해설이 홍수처럼 널려있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난과 인간과의 관계정립을 통하여 비싸게만 여겨지던 난의 대중화에 기여코자 한다.

향수 중에서 가장 향기로운 원액은 발칸산맥에서 피어나는 장미에서 추출된다. 그것도 자정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채취해야 향기가 강한 향수를 만들 수 있단다. 오늘 하루도 누구나 좋아하는 향기를 뿜는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

백용인<영광군농업기술센터 연구개발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