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어머님들 제게 맡기세요”
“아버님 어머님들 제게 맡기세요”
  • 박청
  • 승인 2003.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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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도우미 - 김세환<영광농협 대마지소>
하늘이 온통 침울한 것이 비가 오려나보다. 제법 들판이 시끄러운걸 보니 이제 농사일이 시작되었을까? 영광농협 대마지소(지소장 정진열)는 가끔씩 지나치기만 했는데도 그리 생소하지가 않다.

업무가 매우 바쁜 정진열 지소장을 한참 기다리다가 겨우 시간을 찾았다. 대마는 특수작물의 산지라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지난 1996년 영광 농산물의 판로가 불황을 겪을 것(원자력 발전소 때문에)을 대비하여 시작한 화훼 농업은 그 이듬해인 1997년에 찾아온 IMF때문에 이겨내기가 너무나 힘들었단다.

농민들은 딸기 느타리버섯 풋고추 화훼방면에 적극 참여해서 경영을 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무공해를 선호하고 청정을 부르짖고 추구하기에 대마농민들은 친환경 농업을 생각해 경작하고 있다.

김세환(28)씨는 지난해 입사한 영광농협 대마지소의 꼬마 직원이다. 농협이 좋아 입사하게 됐는데 부모가 농민이기에 조합원들과 친해지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단다.

집안의 장남인 세환씨는 나이가 많은 노인들을 보면 장남답게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른다.

호칭을 그렇게 부르면서 친근감을 갖으려고 무지 노력하는 세환씨를 보면 정진열 지소장은 참 대견하고 믿음직하단다. 농협을 찾는 조합원들이 세환씨를 찾는 이유가 또 있다.

집에 농기계나 교통수단이 없는 조합원들이 자재나 다른 물품을 구입하면 택시나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세환씨는 하던 업무 뒤로 미루고 조합원들을 위해 배달을 한다.

작은 슈퍼에서는 전화 주문만 해도 금방 배달을 하는데 “서비스업의 하나인 농협에서 당연히 해야 되지 않느냐”고 그는 말한다.

그런 세환씨를 농민들은 상당히 좋아한다. ‘대마농협’하면 ‘김세환’이라고 트럭에 짐을 싣고 논에 가려던 이씨 아저씨가 얼굴에 함박웃음을 웃어 보이며 말한다.

조합은 조합원들의 인식과 평가가 좋아야 일하기에 힘겹지 않고 편하다. 노령화된 시골이라 시대에 맞는 농사법을 전달하려해도 예부터 지어오던 농사 방식을 떨치지 못하고 그대로 이어가는 모습을 그는 안타까워한다.

이웃집의 방식을 모방해서 따라하는 습관 이런 것들이 조금씩 선진화되어 가는 농사법을 그는 솔직하게 원한다고 대답을 한다. 영광농협 대마지소에 이런 청년이 버티고 있음이 조합원들에겐 큰 힘이 된단다.

그는 집에서 가까운 양로원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자주 보게 된단다. 고개 숙여 인사하는 마음에 겸손과 봉사가 곁들여져 환한 등불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