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수산인 21 - 전어양식 / 신찬균씨<염산>

"심심할 틈이 없제. 이 녀석들이 웬 종일 밥달라고 날 가만 두지 않는 다니께." 염산면 봉남리 45만평 간척지 한 귀퉁이에서 전어를 키우고 있는 신찬균(62)씨, 노지양식장 치곤 작은 크기, 사람발길 쉽지 않은 위치에 하루 종일 반복되는 전어 사료질이 무료하건만 고기가 크고 노는 재미에 묻혀버린 듯 했다.
가을철 제철음식의 대명사 '전어',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처럼 지금 전국은 전어열풍이다. "저것들이 가을엔 얼마나 맛이 좋은지 돈 생각 않고 먹는다 해서 전어(錢漁)라는 말이 있제"라며 전어이야기 봇다리를 풀어놓는 그.
'가을전어 대가리에 깨가 서말(영양가가 많다는 뜻)'이라 했고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같은 속담도 있다. "근데 자연산보다는 양식전어가 뼈가 더 부드럽고 고소하구만"이라며 사람손에 길들여져 수족관에서도 긴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겨울 날라믄 몸에 영양분을 저장하느라 기름기가 가장 많이 베어 있어서 지금 전어가 최고로 맛있을 때여" 전어를 구워서 접시에 담으면 바닥에 흥건하게 기름이 고인단다. 그렇게 전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진 그의 양식여정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다.
"내가 89년부터 이곳 염산에서만 노지양식을 했어. 대하, 노지장어, 숭어까지 여러가지를 해 봤지만 별 재미를 못 봤구만" 17년여 시간이 깊이 베인 작은 한숨을 내 뱉는 그는 젊은 시절 도청에서 공직에 있다 84년도에 염산 봉남리 일원 간척지사업의 공사감독차 영광땅을 밟았다가 아예 정착을 했다.
대하의 전멸, 숭어의 겨울철 동사 등 매번 노지양식의 실패가 버겁기도 하련만 간척지 구석구석 여느 돌, 풀하나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 쉽게 떠날 수가 없었다.
지난 5월 중순 바다에서 채취한 전어알을 가져다 부화시켜 지금껏 키웠다. "저것들이 조금만 있으면 이곳을 떠날 것이여." 추석에 맞춰 출하할 정도로 컷지만 처음엔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았다.
"여유가 되면 이곳 양식장 한켠에 육상양만장을 지어 장어양식을 하고 싶구만." 새끼때와 겨울철은 육상양식장에서, 한참 성장시기엔 노지에서 병합 양성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그, "미안하고 또 고맙제" 거듭되는 마음고생속에서도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돼준 아내에게 짧지만 깊은 마음을 전한다.
김광훈 객원기자 mindlre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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