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우리의 생명이여 그랑께 소중히 지켜야제"
"흙은 우리의 생명이여 그랑께 소중히 지켜야제"
  • 영광21
  • 승인 2006.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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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제<군남면>
옥당골칭찬릴레이 동편마을 입구 소나무 가로수 길을 벗어나자 탐스럽게 익어가는 콩들이 가로수모양 줄지어 가을 햇살을 받고 있다. 지방문화재 연안김씨종택이 있는 동편마을에는 김명제(76) 어르신이 살고 있다.

정읍이 고향인 어르신은 짧은 공직생활과 긴 방랑생활 등 만만찮은 인생의 굴곡으로 지금은 혼자 외롭게 지내고 있다. 타고난 부지런함과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있는 어르신은 쉬는 땅이 있으면 몹시 안타까워하며 무엇인가 심고 가꾸고 있다.

큰 도로에서 동편마을 입구까지는 1.6km의 거리에 이른다. 예전에는 이 길가에 잡초만 무성했는데 몇 년 전부터 어르신은 이 무성한 잡초를 제거하고 그곳에 콩을 가지런히 보기 좋게 심어 놓아 정돈된 마을입구가 됐다.

흙에 대한 사랑과 애착심이 강한 어르신은 묵히고 있는 땅이나 노는 땅이 있으면 기어코 그곳에 곡식을 심어 땅으로서의 기능을 촉진하고 있다.

젊은 시절 이광수의 흙이란 소설을 감명 깊게 읽었다는 김명제 어르신은 "우리 인간은 흙에서 나고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순리고 이치여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정직하며 심으면 심는대로 거두는 땅은 어머니 품 같은 포근함을 안겨주니 보배로운 존재아닌가"라며

"일을 함에 있어 그것이 노동이라고 생각하면 힘들고 고되지만 자연과 더불어 벗을 삼아 그곳에 내가 흡수돼 하나가 된다는 생각을 하면 즐겁고 행복하당께"라고 흙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밝혔다.

어르신의 집주위에는 빈 땅이 하나도 없이 여러 가지 곡식들이 빼곡히 심어져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흑미 팥 돈부 참깨 등 여러 곡식들을 볼 때 어르신의 부지런함이 엿보였다.
요즘 농촌은 심각한 인력난과 노령화로 묵히는 땅과 쉬는 땅이 늘어만 간다. 이런 현실에서 어르신은 묵히는 땅을 일구며 가꾸고 있어 농촌의 현실에 이바지하고 있는 셈이다.

안진석 이장은 "마을 입구는 그 마을의 첫 인상인데 어르신께서 그 길의 잡초를 다 뽑아 해마다 콩을 심어 놓으니 보기에도 좋고 마을이 훨씬 정돈돼 보이고 깔끔해 주민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며

"어르신은 이 일을 즐겨하시고 우리 마을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풀베기 작업 등으로 마을을 가꾸고 있어 마을 사람들 모두 어르신을 좋아 한다"고 어르신에 대한 칭찬 아끼지 않았다.

어르신은 이렇게 심어서 가꾼 곡식과 농작물을 혼자서 소유하지 않고 마을의 어려운 사람이나 이웃에게 나눠 주고 있어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곡식에 대한 욕심이 아닌 땅을 사랑하는 마음과 땅을 일구는 고운 심성이 깃들어 있는 어르신.

흙에 대한 애정과 그 소중함을 알고 있는 어르신의 정신이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