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도 못 당한다는 염전일, 온 가족의 꿈과 희망"
"도깨비도 못 당한다는 염전일, 온 가족의 꿈과 희망"
  • 영광21
  • 승인 2006.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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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생산 / 박영일씨<염산>
"도깨비가 다른 것은 다 따라해도 염전일은 못따라 한다구만." 참 재미있는 말이다. 일이 한참일 땐 밤낮이 따로 없는 고단함을 뜻하기도 하지만 제 아무리 변신의 귀재인 도깨비일지언정 날씨에 따라 일거리가 변화무쌍한 염부들을 못 당한다는 의미란다.

그런 염전일을 부부 단둘이서, 거기에 농사일까지 옵션으로 해나가는 도깨비가 울고 갈 남자 박영일(45)씨. 2006년 염전일 마무리를 앞두고 적막하다 못해 을씨년스런 염산염전 벌판에서 그를 만났다.

"비오면 짐승들도 제집 찾아 들어가는디, 요 염전일은 비가 내려도 나와야 혀. 올해는 예전 생산량에 한참 못 미친당께. 지금쯤은 소금창고가 꽉 차 있어야 되는디." 비는 소금하고 원수지간이다.

한해 소금농사가 시작되는 4월부터 비가 잦더니 소금생산의 절정기인 여름엔 장마가 유난히 길었다. 비가 오는 날엔 소금 생산은 고사하고 바닷물의 염도를 높이는 일부터 다시 해야 하니 여러 날을 허비해 버린다.

"사람들이 몰라서 그러제, 천일염이 보약이구만." 한 여름과 가을에 쏟아지는 햇볕의 따가움을 이겨내고 바닷바람 머금어 염전 바닥을 고무래로 긁는 염부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천일염은 각종 미네랄의 보고이다. 특히 세계 제일의 갯벌인 국내 서해안에서 나는 천일염은 그 영양 가치가 뛰어나다.

프랑스 게랑드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1kg에 8만원이 호가하기도 한다. 그에 반해 국내산 천일염은 30kg 한가마에 1만원 안팎이니 푸대접도 이런 푸대접은 없다. 만드는 방식, 성분, 맛의 차이는 없다. 단지 천일염에 유해성분이 있을 거라는 잘못된 인식차와 중국산이 판을 치는 시장질서 차이만 있을 뿐이다.

염전에 손을 된 건 10년째이다. 연이은 사업 실패로 서울살이를 등지고 고향땅 염산 두우리로 내려온지 15년이 됐다. 그사이 두 아이는 대학에, 막내는 대학진학을 앞두고 있다.
"고맙고 미안하제. 남자들도 쉬운 일이 아닌디" 서울서 만나 가정을 꾸린 곱디곱던 여인은 삶의 흔적이 깊게 베인 우리네 어머니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은 최고의 후원자이자 동반자이다.

소금은 염부들의 땀이다. 그리고 바람과 햇살과 노을과 별이 함께 빚어낸다. 사람이 먼저네, 자연이 앞서네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신비스러운 보석이 태어나는 과정을 아무리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한들 부족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건 참으로 희망적이지 않은가.' 희망을 품은 하얀 천일염이야말로 그의 꿈이다.

김광훈 객원기자 mindlreh@hanmail.net